캠핑빵 프로젝트 #1 오븐 없이 굽는 빵 (불을 켜지 않았는데 녹아가는 버터)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계속 이어지는 비가 언제 딱 그칠지 걱정이 되는 나날인데요. 캠차 식구 중에 피해를 입으신 분이 없으시길,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캠차레터 19호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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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누가 안 그렇겠냐마는(뻔뻔) 저는 빵을 좋아합니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직접 빵을 굽는 것도 좋아하고, 빵 굽기를 준비하는 것도 좋아해서 발효종도 키웁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좋은 점은 체력이 생겨서 기계 없이 끝까지 손으로 빵 반죽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리고 근력이 생기고 칼로리를 소모한 만큼 빵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대때는 몰랐어요, 빵을 속 편하게 먹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탄수화물을 사랑하는 자, 운동을 하라.
아무튼, 빵의 모든 것을 사랑하면 빵이 탄생하는 순간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캠핑도 사랑하지요. 캠핑에서 갓 구운 빵을 먹으면 나는 얼마나 행복해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캠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순간부터 야외에서 빵을 굽고 먹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정리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저의 목표는 이왕 모두가 장작불을 때고 있는 거, 고기 옆에서 빵을 굽는 것이 얼마나 간단하고 즐거운 일인지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캠핑빵 프로젝트는 캠핑에서 직접 빵을 굽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버거번처럼 캠핑에서 먹기 좋은 빵을 필요한 만큼만 구워가는 이야기일수도 있어요. 무엇이든 빵 레시피와 활용법을 차곡차곡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억해주세요. 오븐 없는 야외에서 구울 수 있는 빵은 집에서도 구울 수 있겠죠! 갓 구운 빵을 먹고 싶을 때면 캠핑빵 프로젝트로!
*물론 캠핑 요리 이야기도 계속됩니다. 때로는 격주, 때로는 요리, 때로는 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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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VEN ENGLISH MUFFIN 오븐 없이 굽는 잉글리시 머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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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빵의 종류가 다르죠. 우리나라에서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빵이라면 저는 마트의 꿀호떡과 약과, 시장에서 파는 꽈배기, 국도 노점에서 파는 옥수수술빵 등을 꼽습니다. 뭔지 아시겠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빵.
그런 면에서 잉글리시 머핀은 외국 월마트에 가면 식빵처럼 긴 비닐봉지에 담아서 팔고 있는 종류의 흔한 식사용 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렇게까지 대중화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맥모닝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아침 시간대에만 주문할 수 있는 맥도날드의 아침 메뉴, 맥모닝은 햄버거번과 다르게 전체적으로 고른 두께의 동글납작한 빵을 사용합니다. 그게 바로 잉글리시 머핀이예요.
기본적으로 잉글리시 머핀은 동글납작하게 빚어서 굽는 영국의 빵입니다. 주로 포크나 칼을 이용해 가로로 반을 잘라서 구워 내지요. 버거처럼 짭짤한 내용물을 넣어서 한손으로 딱 잡고 먹기에도 딱이고, 그냥 식빵 토스트처럼 버터나 잼만 발라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만약에 맥모닝으로만 잉글리시 머핀을 접했다면 한 번쯤 구워서 직접 먹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약간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물리지 않아서 계속 이것저것 끼워 먹어보고 싶어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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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서 만든다는 전제에서 잉글리시 머핀의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집에서도 오븐 없이 팬에 구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죽을 빵처럼 해서 발효시킨다는 것뿐이지, 굽는 과정은 조금 두꺼운 호떡이나 팬케이크처럼 앞뒤로 옥수수가루를 묻혀서 프라이팬에 천천히 구워냅니다. 그러면 일반 토스트나 버거번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빵이 완성되는 거예요.
4개 정도 분량으로 소용량으로 만들면 반죽하기에도 크게 힘들지 않고, 요즘 날씨에는 밖에서도 발효가 정말 잘 됩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특유의 앞뒤로 서걱서걱한 질감을 주는 옥수수가루나 세몰리나 가루를 가져가서 굽기 전에 반죽 앞뒤에 묻히는 것, 그리고 프라이팬에서 아주 천천히 굽는 것입니다. 정신없이 굽다가 저도 네 개 중에 두 개는 한 면을 태웠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정도에 굴하지 않습니다. 탄 부분만 싹 떼어내고 먹었어요. 그래도 맛있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아는 걸! 고소한 껍질과 쫀득한 속살의 조합이 매력적인 잉글리시 머핀입니다. 노 오븐, 부쳐 먹는 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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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잉글리시 머핀(소용량)
재료(4개 분량) 우유 100g 버터 15g 설탕 10g 소금 1/4작은술 이스트 3g 밀가루 140g 덧가루용 옥수수가루 또는 세몰리나
만드는 법 1.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이스트와 설탕을 넣고 잘 풀어 섞는다. 10분 정도 둔다. 2. 볼에 녹인 버터와 소금, 밀가루, 우유 혼합물을 넣고 잘 섞는다. 매끄럽게 한 덩어리로 뭉쳐질 때까지 반죽한다. 3. 볼에 반죽을 넣고 랩을 씌워서 두 배로 부풀 때까지 1시간 30분 정도 발효시킨다. 4. 반죽을 꺼내서 4등분한 다음 동글납작하게 빚어 옥수수가루를 뿌린 트레이에 담는다. 덮개를 씌워서 30분 더 발효시킨다. 5. 구이바다 또는 무쇠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불 세기는 약하게 낮춘다. 6. 준비한 반죽을 넣고 주기적으로 뒤집으면서 총 15분 정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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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머핀을 구웠으면 당연히 맥머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그래서 맥모닝이 아니라 맥애프터눈 간식으로 달걀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맥머핀을 만들었는가 하면 치즈 스크램블드 에그였어요. 소시지 패티는 미처 만들지 않았고, 베이컨은 까먹었고(아맞다!의 캠핑 버전 달인), 달걀프라이보다는 오믈렛이 머핀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달걀에 소금과 후추 간을 하고 물을 조금 섞어서 곱게 풀고, 구이바다에 전골팬을 올리고, 오일을 둘러서 가열했습니다. 달걀물을 풀어서 이리저리 휘젓다가 잉글리시 머핀 크기로 두 뭉치가 되도록 슬슬슬 모았어요. 그리고 뒤집지 않고 그대로 천천히 위까지 익도록 기다린 다음에 체다 치즈를 한 장 올려서 녹였습니다. 이때 불이 세지 않아야 바닥도 질긴 껍질이 생기지 않아요. 아래도 부드러운 상태로 위쪽까지 익을 수 있도록 천천히 익혀주세요. 필요하면 뚜껑을 잠깐 닫아도 좋습니다.
잉글리시 머핀은 역시 포크로 갈라야 제맛.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포크로 가운데를 팍팍 찍어서 반으로 갈라 뜯어낸 다음 아래쪽 머핀에 마요네즈를 약간 바르고 치즈 스크램블드 에그를 얹어 위쪽 머핀을 얹어줬어요. 초간단 단백질 보충 맥머핀 완성!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만드는 건 10분, 먹는 건 2분… 그런데 여전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먹고 싶어졌습니다. 맛있었다는 이야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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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역시.. 캠핑 + 빵 이야기를 하니까 뭔가... 한 다섯 배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빵 굽는 건 정말 생각보다 굉장히 쉽거든요. 집에서는 물론이고 캠핑에서도요. 앞으로 캠핑 요리와 함께 캠핑빵 이야기도 많이 들려드릴게요. 모쪼록 모두 안전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다시 캠차레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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