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느라 사무실에 앉아는 있지만 마음은 바닷가에 있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일을 하느라 사무실에 앉아는 있지만 마음은 바닷가에 있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여행은 원래 준비하는 기간이 제일 신나는 법이지만, 여름 휴가는 더워서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서 바다 사진 한 장만 봐도 그냥 바로 떠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휴가는, 2주일이나 남아있다는 사실.
캠차레터는 잠시나마 랜선 캠핑의 여유로움을 대리 만족하는 순간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이번 주는 저도 캠핑 원고를 쓰면서 놀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 왜 지금 휴가 아니야! 저와 같은 마음인 캠차식구를 위해 오늘의 캠차레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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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절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죠. 여름이 온 것을 알리는 콩국수 개시나 찬바람이 싸늘하게 스치고 지나가면 먹어야 하는 찐빵 같은 것들. 저는 다른 계절에는 크게 생각이 없는데 여름만 되면 잘 익어서 사과의 꿀샘처럼 군데군데가 진하게 노릇해진 파인애플이 먹고 싶어요. 그 때마다 과연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과일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연육 작용이 고기 대신 내 혀를 분해하는 느낌이 든다 하더라도 파인애플을 먹겠다. 이런 각오로요.
그리고 그 계절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와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제가 사는 이곳 한국도 이미 한여름인데, 왜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인 하와이와 땀이 흘러 끈적한 상태로 다니는 야시장이 최고인 태국이 그리워지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그런 상태로 살고 있는데도요. 멀리 가지 않아도 문을 열면 그 곳이 하와이와 비슷한 온도와 습도가 아닌가? 심지어 저는 여름을 매우 싫어하는데, 하와이라면 일년 살기를 꼭 해보고 싶고 여름이면 가고 싶어지고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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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즘에는 캠핑 요리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할 때마다 금방 태국과 하와이의 음식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에는 로띠를 굽기도 했죠. 지금도 로띠에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맛있겠다, 새우를 마늘과 레몬 소스에 짭짤하게 볶으면 좋겠다, 숯불에 구운 고기를 분짜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놀지는 못하고 앉아서 이런 생각만 하다가 보면 사람이 스트레스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쇼핑을 하게 되죠(?). 왜냐면 이국적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하나는 지금 집에 없는 재료가 필요하니까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제가 타마린드 소스를 필두로 태국 식재료를 구입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타마린드 소스를 이용해서 소스부터 직접 만드는 팟타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타마린드 소스는 팟타이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재료입니다. 소스를 만들기 전인 진짜 타마린드는 깍지 속에 비교적 큰 크기의 타마린드 씨앗이 들어있는 모양이예요. 이걸 꺼내서 찧고 조리해 소스를 만든다는데, 제가 아무리 DIY를 좋아한다지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는 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팟타이를 먹어보고 감동을 받아서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찾아봤던 시절이 대략 10년쯤 전인 것 같은데, 그때는 아직 타마린드 페이스트나 소스를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치 고문헌에서 찾아낸 글귀처럼 외국 잡지 귀퉁이에 타마린드 깍지로 페이스트 만드는 법, 같은 설명이 적혀 있을 뿐이었어요. 지금은 구하기 쉬운 시판 팟타이 소스도 잘 팔지 않았고, 그냥 가게에서 팟타이를 사 먹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시판 소스라도 구할 수 있으며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팟타이 소스가 여러 종류 수입되고 심지어 국내 브랜드에서도 나오기 시작하니까 그걸 쓰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이건 무슨 변덕일까요. 하지만 팟타이 소스로 팟타이를 만드는 건 ‘재미가 없’지 않나요? 만약에 집에 짜파게티가 떨어지면 우리는 짜파게티를 먹을 수 없죠. 하지만 춘장으로 짜파게티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짜파게티를 사는 것이 쉽고 빠르지만 저는 그런 선택지도 가지고 있고 싶습니다. 마요네즈가 떨어졌다면 신선한 노른자와 오일로 순식간에 마요네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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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팟타이 소스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우선 타마린드 소스와 피시 소스, 그리고 물과 설탕을 준비합니다. 사실 종려당을 쓰면 제일 좋은데, 이것도 사놓고 사무실에 두고 갔어요. 환장할 노릇입니다. 아무튼 그냥 백설탕이나 황설탕을 냄비에 넣고 불에 올립니다. 설탕이 녹아서 원하는 색상의 캐러멜이 되면 동량의 물을 넣고 잘 섞습니다. 물을 부을 때 잘 튀니까 조심하세요! 그리고 타마린드 소스와 피시 소스를 넣어서 잘 섞으면 됩니다. (분량은 아래 레시피에 적어둘게요)
그러면 이제 팟타이 부재료를 준비할 시간. 팟타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 젓가락 들어올릴 때마다 그에 묻어나는 자잘한 토핑이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크기의 말린 새우, 다진 마늘, 칠리 플레이크, 다진 샬롯, 볶은 달걀, 땅콩과 고수 등이 다채롭게 들어가서 온갖 맛과 색으로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들어야 해요. 여기에 큼직큼직하게 왕새우나 부추, 숙주 등이 들어가면 금상첨화겠죠.
쌀국수를 물에 불려놓고 원하는 재료를 모두 손질해서 옆에 딱 세팅해두면 이제 10분 안에 팟타이를 먹을 수 있습니다. 볶음 요리를 할 때는 세팅이 중요해요. 뭐든 너무 많이 익기 전에 다음 재료를 착착 넣고 조리할 수 있도록 오일과 면, 토핑 재료, 소스까지 모두 옆에 준비해주세요.
파워스토브에 우묵하고 큰 그리들을 올리고, 오일을 두른 다음 달굽니다. 먼저 말린 새우와 마늘, 샬롯, 칠리 플레이크를 넣고 볶아주세요. 마늘과 샬롯이 군데군데 노릇해지고 고소한 향이 나면 불린 쌀국수와 소스를 넣습니다. 집게로 골고루 잘 풀어가면서 섞은 다음에 한쪽으로 밀어놓고 달걀을 깨서 넣고 볶아주세요. 그리고 부추와 숙주를 넣어서 잘 섞은 다음 고수와 땅콩을 뿌리고 웨지로 썬 라임을 곁들여서 내면 끝입니다.
만약에 새우를 넣고 싶다면 처음에 먼저 구운 다음 꺼냈다가 부추를 넣을 때 같이 넣는 것이 좋아요. 저는 좀 귀찮아서 달걀을 볶기 전에 넣고 구웠는데, 자칫하면 면을 너무 오래 익혀서 퍼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맛있기는 해요. 저는 소스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먹고 싶을 때마다 만들어 먹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럴 거면 팟타이 소스를 사도 되겠지만, 이미 제 입맛에 맞는 팟타이 소스 레시피를 만들어놔서 저는 여기 드러누울까 합니다. 모두 맛있는 캠핑 식사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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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새우 팟타이
(동영상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재료(2인분)
쌀국수 115g, 새우 6마리, 말린 새우 1큰술, 다진 마늘 3쪽 분량, 다진 샬롯 1개 분량, 칠리 플레이크 1/2작은술, 달걀 1개, 부추 적당량, 숙주 1줌, 고수 1줌, 다진 땅콩 1큰술, 라임 1/2개, 소금, 식용유
팟타이 소스 재료 설탕 4큰술, 물 4큰술, 타마린드 소스 5큰술, 피시 소스 2 1/2큰술
만드는 법 1. 쌀국수는 물에 불리고 새우는 껍질을 깐다. 2. 부추는 송송 썰고 라임은 웨지 모양으로 썬다. 3. 냄비에 설탕을 넣고 캐러멜화한 다음 물을 넣어서 잘 섞는다. 타마린드 소스와 피시 소스를 넣어서 잘 섞은 다음 불에서 내린다. 4. 파워스토브에 우묵한 그리들을 올리고 식용유를 둘러 달군다. 5. 새우를 넣어서 소금으로 간을 하고 앞뒤로 분홍색이 될 때까지 빠르게 구운 다음 꺼낸다. 6. 말린 새우와 다진 마늘, 샬롯, 칠리 플레이크를 넣고 마늘과 샬롯이 살짝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7. 불린 쌀국수를 건져서 물기를 제거하고 소스와 함께 그리들에 넣어 잘 섞는다. 8. 볶은 국수를 한쪽으로 밀고 달걀을 깨서 넣고 볶는다. 9. 부추와 숙주를 넣어서 골고루 잘 섞는다. 10. 다진 고수와 땅콩을 뿌리고 라임을 곁들여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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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취향 맞춤형 스모어를 소개했던 캠차레터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동료 푸드 에디터님과 캠크닉을 가기로 하고 일주일 전, 에디터님이 저한테 크루아상으로 만드는 스모어 영상을 보내줬어요. 마침 저는 코스트코세권에 살고 있었죠. 이런 말도 안되는 맛있어 보이는 조합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미니 크루아상과 허쉬 초콜릿, 마시멜로우를 가지고 캠크닉을 떠나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말도 안 되게 맛있었어요. 초콜릿칩 쿠키 스모어에 이어서 저는 이제 크루아상 스모어를 최애로 꼽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맛있는 것이, 팽오쇼콜라와 매우 흡사한 맛이 나요. 마시멜로우를 빼면 그 재료가 그 재료니까요! 역시 스모어도 베이스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지금보다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레시피에 도전해보는 것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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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휴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달래지셨을까요, 아니면 더 떠나고 싶어졌을까요? 저는 일단 저녁으로 볶음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팟타이가 아니라면 야끼소바라도 먹을지도 몰라요! 언제나 캠차식구의 저녁 메뉴와 캠핑을 가고 싶어졌는지 여부가 궁금한 캠차레터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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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뉴스레터란?
캠차레터는 캠핑카로 캠핑을 떠나는 푸드 에디터가 철저한 테스트를 통한 캠핑 요리와 캠핑, 캠핑카 이야기를 전하는 캠핑 전문 뉴스레터입니다. (‘캠’이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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