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차레터가 3주간의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모두 무더운 8월 초중순을 잘 넘기셨나요?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캠차레터가 3주간의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모두 무더운 8월 초중순을 잘 넘기셨나요? 잠시 휴식을 가진다는 레터에 많은 분들이 잘 쉬고 돌아오라는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따스한 응원에 뭉클한 감동을 받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감사해요.
이번 주 빗줄기가 지나가고 나면 서늘한 처서 매직이 찾아와주길 바라면서, 오랜만이라 하루 일찍 월요일에 찾아온 캠차레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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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주방, 캠핑 바비큐
그리고 풀드 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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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거쳐온 주방은 모두 전형적인 한국식 아파트 혹은 빌라의 형태였어요. 대학교 때의 고시원 주방에서 시작해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넓고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모두 가스 스토브와 오븐으로 구성된 인도어 주방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깔끔하고 바쁜 주중에도 일상 요리를 재빠르게 해내기에 더할 나위가 없으며 서재와 더불어 제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아웃도어 주방의 존재였어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지금 주방에도 개선하고 싶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일단 제가 정신을 차려서 정리를 좀 했으면 좋겠고, 향신료 찬장도 조금 더 기능성 좋게 구성하고 싶고,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더 큰 오븐을 놓을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간단하게 떠올리기만 해도 이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불만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혹은 언젠가는 해결이 될 거라는 희망이 있어요. 공간을 확보하고 동선을 정리해서 맞춤형 시스템 인도어 주방을 꾸미는 건 그냥 인테리어의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아웃도어 주방은? 아예 새로운 주거 형태로 이사를 가자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향후 갖게 될 거라는 희망이 별로 없어요. 지금도 정원을 가꾸는 전원주택 라이프에 로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그걸 잘 관리하면서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영영 아쉬워할 뻔한 아웃도어 주방은 별것이 아닙니다. 밖에서 밥을 먹기 안락할 듯한 날씨라면 언제든지 숯불을 피우고 장작불을 때서 바비큐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 딱 그거면 돼요. 집안에 냄새가 배거나 화재경보기가 울릴 걱정 없이 생선을 굽고 연기를 피울 수 있는 조리 공간이란 얼마나 귀한 것인지요. 이웃의 원망을 들을 일도 없이 스테이크를 시어링하며 불향을 잔뜩 입힐 수 있다면! 연기를 잔뜩 피워서 베이컨을 만들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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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캠핑을 시작하면서 제 꿈이 하나 이뤄진 셈입니다. 이동식 아웃도어 바비큐 키친이 생겼잖아요. 여름에 외국 요리 잡지를 보면 어쩜 그렇게 바비큐 그릴에 어울리는 레시피만 눈에 들어오는지! 집에서 프라이팬에 구울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 기분이 안 살죠. 화력이 덜하고 불향이 없으니 맛도 덜하고요. 하지만 이제 주말 캠핑 계획이 잡히면 해보고 싶은 바비큐 요리 리스트를 꺼내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불을 활활 피우고 바비큐 양념에 재운 스테이크며 새우, 불향을 입혀 천천히 익혀야 하는 덩어리 고기 등을 익힐 수 있어요. 제 주방 설계에서 유일하게 부족했던 1%를 캠핑이 드디어 채워준 것이죠!
지난 주말 캠핑을 떠나면서 저는 돼지고기 목살 덩어리를 스테이크 럽에 하룻밤 재워서 들고 갔습니다. 미국식 바비큐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너무 맛있어 보이는 요리, 풀드 포크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진한 향신료에 재운 돼지고기를 포크로 찢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질 때까지 천천히 훈제하며 익히고, 소스에 버무려서 감칠맛이 폭발하는 상태로 빵 등을 곁들이는 미국 남부의 요리예요.
불향을 입히고 천천히 오랫동안 익혀야 해서 집에서는 슬로우 쿠커로 흉내를 내는 것에 그쳐야 하는 음식입니다. 바비큐 그릴이 생기면 꼭 만들고 싶었던 음식 중에 하나기도 해요. 양념한 돼지고기를 장작불에 겉만 구워서 훈제 향을 입히고, 서양 장조림 국물 같은 양념에 담가 푹 익히고, 결대로 찢어서 그 소스에 버무리면 끝이죠. 날것의 불과 시간만 있으면 완성되는 덕분에 야외에서 불을 피운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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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아래 레시피와는 조금 다릅니다. 약간 타서 그 점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본은 동일!
전날 비가 온 덕분에 살짝 수분감이 있는 장작에 겨우겨우 불을 붙이고, 소스와 맥주를 부어서 반쯤 잠긴 돼지고기가 든 롯지 더치 오븐을 화로대에 올려놓고 잠시 의자에 반쯤 눕듯이 앉아 한여름 낮의 불멍을 즐겼어요. 맥주에 고기를 익히는 것도, 결합 조직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느긋하게 익혀야만 완성되는 질감을 기다리는 것도, 미국 남부 바비큐의 대표 메뉴를 요리하고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워서 제가 맥주에 잠긴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잘 익은 고기를 결대로 쭉쭉 찢고, 남은 소스에 버무리고, 채 썬 적양배추에 송송 썬 포도를 넣어서 코울슬로를 무치고, 원래 토르티야를 굽고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반죽이 거하게 망하고 말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면 푸드 에디터라고 할 수 없죠. 마늘을 다지고 챙겨온 고수를 수북하게 송송 썰어서 즉석 갈릭 허브라이스를 볶았습니다. 순식간에 만들었지만 풀드 포크와 잘 어울려서 더할 나위가 없었어요. 영양소 구성에서 맛까지 다양하게 갖춘 원플레이트 식사 완성! 더운 날에 맥주 한 잔과 딱 맞는 바비큐 디너였습니다.
만약에 저처럼 ‘마당 있는 집’을 가질 일은 요원하지만 아웃도어 주방은 꼭 갖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캠핑을 정말로 추천드려요. 당일치기로, 용품 대여로도 가능한 이지 캠핑이라도요. 우리에게 훈제와 불향을 선사하는 아웃도어 키친 라이프의 시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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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풀드 포크
재료 돼지고기 목살(덩어리) 600g, 스테이크 시즈닝(가루 향신료면 무엇이든 OK) 3큰술, 양파 1/2개, 맥주 또는 닭 육수 300ml
양념 재료 케첩 3큰술, 황설탕 2 1/2큰술, 사과 식초 2큰술, 우스터 소스 1큰술, 디종 머스터드 1작은술, 핫소스 1작은술 또는 레드 페퍼 플레이크 적당량
곁들임 요리 코울슬로, 플랫브레드나 디너롤 또는 갈릭 허브라이스**, 라임 조각
사용한 도구 롯지 더치 오븐, 장작, 화로대
만드는 법 1. 돼지고기에 스테이크 시즈닝을 골고루 묻혀서 지퍼백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하룻밤 이상 재운다. 2. 장작불을 피워서 돼지고기를 겉만 지진다. 또는 더치 오븐(뚜껑이 있는 무쇠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넣어서 겉만 지진다. 3. 양파를 잘게 썰어서 넣고 가볍게 볶는다. 맥주나 닭 육수를 돼지고기가 반 이상 잠기도록 붓는다. 4. 모든 양념 재료를 잘 섞어서 3분의 2 정도만 더치 오븐에 넣고 잘 섞는다. 5. 뚜껑을 닫고 한소끔 끓인 다음 포크로 고기가 찢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한 불에 뭉근하게 4시간 이상 익힌다. 중간에 국물이 너무 졸아들면 물을 부어서 보충한다. 6. 고기는 꺼내서 결대로 찢고 국물은 기름기를 제거한다. 고기와 남은 양념을 넣어서 잘 섞어 가볍게 볶으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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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릭 허브 라이스
재료
햇반 1개, 마늘 2쪽, 고수 3뿌리, 소금, 버터 또는 식용유
만드는 법 1. 마늘은 다진다. 고수는 뿌리를 제거하고 잎과 줄기를 분리해서 각각 잘게 다진다. 2. 팬을 불에 올리고 버터 또는 식용유를 두른다. 3. 마늘과 다진 고수 줄기를 넣어서 살짝 노릇해지도록 볶는다. 4. 햇반을 넣고 소금 간을 해서 골고루 잘 볶는다. 5. 다진 고수 잎을 넣어서 잘 섞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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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3주만의 캠차레터, 재미있으셨나요? 이번 가을에는 캠핑을 떠나고 싶어지셨을까요? 지난 주말 캠핑을 다녀온 제가 말씀드리자면 아직 낮에는 꽤 더웠으나, 가만히 앉아있노라면 아 이제 가을이 오려나보다 싶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아마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여름 캠핑이 되지 않을까 싶은 시원함이었어요.
이번 가을에도 내내 맛있는 캠핑 요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노라 다짐하면서 이번 캠차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즐거운 한 주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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