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지난 캠차레터는 예고도 없이 1회 휴간을 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싶은, 말도 안 되게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느닷없이 한 주를 건너뛰게 된 것에 대해 먼저 사과드립니다. 원래 크리스마스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간단하게 기록만 남기고 연말 캠핑 결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올해의 마지막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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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가 하면, 육아 중이신 모든 구독자님들 긴장하세요. 엄청난 장염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발표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나서 긴장이 풀린 어린이가 종일 토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지난 밤부터 어른이 앓아눕기 시작해 화려한 바이러스의 시간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다만 저는 아프지 않아서 간병을 담당하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조용히 집안에서 쉬며 보낸 크리스마스 연휴였습니다. 지난 5주일 정도를 격무에 시달리며 보냈기 때문에 별달리 일을 벌리지 않고 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다들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상태라 크리스마스 디너를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는 것이 되겠죠.
구독자님들은 어떤 크리스마스 추억을 갖고 계신가요? 제 어머니는 지금도 만년 소녀 같은 분이라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트리를 만들고 매일 호두까기 인형 음원과 빙 크로스비의 캐롤을 틀고, 이브가 되면 매년 똑 같은 크리스마스 디너 메뉴를 만들어 차려줬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호두까기 인형 음원을 들으면 한여름에도 한겨울이 찾아오는 것 같고, 캐롤은 빙 크로스비가 정석으로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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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크리스마스 디너. 집 찬장 어딘가에 묵직한 1인용 디너 플레이트가 있었어요. 평소에 쓰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주로 특별한 날에 마음 먹고 꺼내는 그런 접시죠. 크리스마스가 되면 의자를 밟고 올라가 디너 플레이트를 꺼내고, 싹 닦아서 평소와 달리 테이블보를 깐 식탁에 차려 놓고, 어머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양식 디너’ 메뉴와 함께 어린 시절에는 포도 주스를, 성인이 된 후에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는 와인을 함께 마셨습니다.
이 이상적인 양식 디너는 정말 전형적인 메뉴예요. 스테이크, 글라세 스타일로 익힌 당근, 하이라이스 소스로 만든 소스, 시판 가루로 만든 양송이 수프. 모닝빵이 있고, 가끔 저희 자매가 용기를 내서 시도한 사이드 메뉴가 한두 개쯤 들어가기도 했지요. 너무나 오소독스하지만 이런 날이 아니면 집에서 굳이 이 모든 요소를 준비할 일이 잘 없어서 기대되는 메뉴였어요.
어릴 적에는 이런 특별한 날의 루틴이 있는 것이 참 좋았거든요. 새로운 걸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설날이면 떡국이 먹고 싶고 동지면 팥을 삶고 싶어지는 것처럼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당연히 기대되는 메뉴가 있고 캐롤이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만들어가는 가족과 가정이 생긴 지금은 ‘예전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루틴’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본디 특별한 크리스마스라는 걸 크게 겪어본 적 없는 우리 부모님이 단발성이나 매번 달라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기대되고 반복되는 우리 가족만의 분위기와 메뉴를 만들고, 사실 귀찮은 일인데도 즐겁게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만끽하는 시간을 누리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요. 사실 이건 굉장한 노력과 계획성,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한 크리스마스의 모습은 초등학생이 아니라 극강의 사춘기를 지나는 중고등학교, 대학생 시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였거든요.
그걸 생각하니 이제 크리스마스가 의미 있는 모습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제 몫이 되었다는 실감이 납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겠죠. 제 추억 속의 크리스마스를 매년 재현하면서 그 추억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는 것,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메뉴 구성을 만들어서 세뇌하듯이 반복하는 것, 그 둘의 하이브리드형. 매년 다른 장소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되 노래는 매번 같은 것을 튼다거나 메인 메뉴는 똑같이 만들지만 디저트를 바꾼다거나, 메뉴 하나 정도는 아이와 함께 만들거나 사러 간다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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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햄버그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루틴이 떠오르게 하는 메뉴를 캠핑에서 만들어본 것입니다. 지금은 제 가족 중에서 저만의 추억이 깃든 음식이지만, 이걸 앞으로 우리 가족의 추억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이죠. 추억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되는 것이니 조금씩 다듬어가면서 어떤 형태가 되어가는지 그 또한 기대하면서 지내볼까 합니다. 이상 앓아 누운 가족을 걱정하면서 앞으로의 크리스마스를 그려보는 이야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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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차레터는 올해 마지막 호가 됩니다. 3월부터 시작해서 1년간 총 35호를 발행한 셈이 되는데요. 이 참에 올해 캠핑을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한 번 세어봤습니다. 캠핑카로 20회, 캠크닉으로 3회, 총 23회를 다녀왔더라고요. 1년이 56주 아닌가요? 절반도 가지 못했다니!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이상하게 경조사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서 캠핑장을 그리워만 했던 것이 큰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30회 이상 다녀오는 것을 목표로! 캠크닉을 포함하여!
그리고 원래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서 캠핑카로 제주도 여행이나 남해 여행을 다녀올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여름이 생각보다 덥고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미처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 캠핑은 주로 가까운 가평과 진천, 남양주, 청주 정도를 자주 다녀왔어요. 그 중에서 제일 즐거운 기억이 있다면 속초에 두 번 가면서 제대로 만족스러운 바닷가 앞 캠핑장을 찾아냈다는 것이겠죠. 내년에도 바다 근처 캠핑장(캠핑카가 들어가는) 찾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제주도, 과연 갈 수 있을 것인가.
그 외에도 내년의 캠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숯불과 직화를 더 많이 하고 싶고요! 정통 바비큐 메뉴도 여럿 만들고 싶고, 집에서 빵을 구워 가는 캠핑도 다양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전국 8도 캠핑장을 다 한 번씩 찍고도 싶고, 휴가도 캠핑카로 갔으면 좋겠고, 벚꽃도 단풍도 다 보고 싶고, 하 정말 놀 수 있는 방법이 이렇게 많은데 주말은 2일밖에 안된다니 비율이 이상한 것 같아요. 놀고~ 싶어라~ 하지만 지난 5주간은 주말이고 뭐고 없이 일만 했으니 주말만 보장되어도 성공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군요. 하여튼 일하는 것만큼 열심히 놀 수 있는 2024년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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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순식간에 흐르기도 하는데, 또 1월의 기억이 까마득할 정도로 어릴 적에 비해 수많은 일을 해치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내년에도 구독자님들과 함께 즐거운 일과 맛있는 일을 잔뜩 해치우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이 되시기를요. 올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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