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저는 어제 하남에 갔다가 실로 지구가 아파 보이는 날씨의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저는 어제 하남에 갔다가 실로 지구가 아파 보이는 날씨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전부 관찰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니 정말로, 돌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더니 햇살이 쏟아지면서 날이 개는 듯 하다가 다시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가 울려 퍼지더라고요. 그 옛날 그리스였다면 신화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을 것 같은 하루였습니다.
여름 캠핑도, 단풍 캠핑도, 우중 캠핑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역시 날씨는 한 번에 하나만 대비하는 것이 좋겠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겨울 캠핑밤에 잘 어울리는 전형적인 메뉴 뱅쇼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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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 서래마을에서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곤 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잠시 쉬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이곳에 다녀온 것은 코로나19가 들끓기 전의 일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각종 잡화와 더불어 파티용 음식, 프랑스 전통 식재료 등 다양한 재미있는 상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즐거운 마켓이예요.
일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종일 언제든 사람이 들끓지만 특히나 계속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예측하셨겠지만 바로 뱅쇼를 파는 곳이예요. 제가 간 날은 마침 구름이 잔뜩 끼어서 햇빛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어 가만히 있다 보면 추위가 몰려오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다들 따뜻한 뱅쇼를 마시고 싶어서 발을 구르면서도 줄을 서서 기다렸죠.
저도 물론 예외가 아니라서, 뱅쇼를 사고 나서 어느 점포를 구경할지 두리번거리면서 가만히 기다렸어요. 그런데 저 바로 앞에서 뱅쇼가 딱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뱅쇼를 나눠주시던 점원분은 당황하지 않았어요. ‘부루스타’ 위에 올라가 있던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와인을 콸콸 부으셨죠. 그리고 시나몬 스틱과 오렌지를 넣고 데우기 시작했어요. 아주, 한참 동안. 충분히 김이 오르기 시작하고 와인이 따뜻해졌을 것 같은데 아직 다 되지 않았다고 점원과 줄을 선 많은 손님 모두가 멀뚱히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발이 얼 것 같음과 동시에, 뱅쇼의 ‘다 되었다’ 모먼트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던 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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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스틱과 오렌지의 향이 충분히 배어들 만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따뜻한 뱅쇼를 받아 들었을 때는 얼마나 안도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마치 믹스커피처럼 종이컵에 꼴꼴 따라준 뱅쇼는 순식간에 일단 손부터 따뜻하게 녹여줬고요. 사진을 찍고 나서 한 모금 들이키니 그냥 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향신료 풍미가 무언가 ‘감기를 막아줄 듯한’ 기분이 들게 하면서 뱃속까지 따뜻하게 데웠습니다. 이런 기분으로 쌍화탕을 마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마켓에서는 치즈를 넣은 으깬 감자인 알리고와 소시지를 함께 팔고 있었는데, 그게 또 뱅쇼와 기가 막히게 어울렸습니다. 느끼한 맛은 와인이 정리해주고, 향신료는 치즈 그리고 소시지와 어우러지고. 캐롤이 울려 퍼지고, 눈 앞에는 진공 포장한 오리 다리 콩피에서 크리스마스 리스까지 연말 파티다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물건이 가득하고. 참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었어요.
단풍이 들 무렵이 되면 캠핑장의 낮은 아직 따뜻하지만, 해가 지면 금방 체온을 빼앗기면서 으슬으슬해집니다. 기모 트레이닝복과 패딩 조끼가 여기보다 더 어울리는 곳은 없죠. 집에서는 양말을 신고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도 여기서는 알록달록한 수면 양말을 절대 벗지 않은 채로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건 저도 물론이고요. 주머니에는 핫팩이 한두 개씩 들어있죠.
그런 날이면 온몸으로 알게 됩니다. 이렇게 싸늘한 날씨에 뱅쇼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요. 마치 음식에도 TPO가 있는 것처럼 어울리는 장소와 분위기, 그리고 계절과 온도가 각각 있는 것 같아요. 여름이면 샹그리아와 맥주에 레모네이드를 탄 샨디가 간절하지만, 찬바람이 불면 바람에 빼앗기는 체온을 보충해주는 따뜻한 술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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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쇼를 끓이기에는 난로만한 것이 없습니다. 알코올을 모두 날리겠다고 팔팔 끓이는 것이 아니거든요. 썰어 넣은 과일과 향신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면서 와인의 매력적인 풍미도 남아있을 수 있도록 천천히 뭉근하게 데워야 합니다. 정종으로 대포 한 잔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알코올이 남아있어야 한다기보다는, 느껴야 하는 향과 풍미가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적절한 온도로 가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난로가 참 효과적이예요. 주전자를 화목 난로에 턱 하니 얹어도 좋고, 부탄가스나 석유를 이용하는 원통형 난로에 올려도 좋아요. 석유 난로에 비해서 화목 난로의 상판은 온도가 높은 편이죠. 그럴 때는 적당히 데워진 후에 옆으로 살짝 옮겨서 차갑게 식지 않도록 온도만 유지하면 됩니다.
뱅쇼는 레드 와인으로 주로 만들지만 화이트 와인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뱅쇼의 레시피는 정량으로 기재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취향에 따라서 다양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향신료로는 시나몬 스틱과 정향, 팔각, 생강 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11월의 햇생강을 편으로 썰어서 넣으면 나름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향신료를 이것저것 들고 다니기 귀찮다면 최소한으로 시나몬 스틱만 있어도 되고, 아니면 면포 주머니에 뱅쇼용으로 필요한 향신료만 딱 싸서 가지고 다녀도 됩니다. 쏙 집어 넣으면 끝나는 거죠!
그리고 향신료만큼이나 중요한 건 과일. 맛과 은은한 단맛을 선사하는 재료입니다. 서양에서는 오렌지를 제일 자주 사용하는데, 우리에게 겨울의 디폴트 과일은 뭐다? 바로 귤이죠. 그냥 남은 귤 한두 개를 쓱쓱 썰어서 살짝 으깨 넣으면 됩니다. 사과, 배, 블루베리, 크랜베리, 레몬… 그냥 생각나는 대로 넣어보세요. 내 입맛에 맞으면 그만입니다. 설탕과 꿀 같은 감미료는 선택 사항이지만 조금 넣어주면 참 맛있어요.
참고로 와인이 아니라 브랜디나 맥주로 만들기도 하고, 사과주스로 무알콜 뱅쇼를 만들기도 해요. 중요한 건 향신료와 과일 향이 우러난 따뜻한 음료를 나누어 마시면서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감기를 예방하는 거죠. 생강차나 쌍화차를 나눠 마시는 티타임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와인 뱅쇼를 한 주전자, 사과주스 뱅쇼를 한 주전자 만들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불멍 뱅쇼 타임이 완성되겠죠!
그리고 만약에 둘러 앉아서 뱅쇼를 나누어 마시다 뱅쇼가 바닥날 것 같다면 그대로 와인을 콸콸 부어서 다시 난로의 뜨거운 부분에 올려 두면 됩니다. 급하게 리필을 하다보면 미처 향이 우러나지 않은 그냥 따뜻한 와인을 마시게 되거나, 팔팔 끓기 직전인 뜨거운 와인에 혀를 데이게 될 수도 있겠죠. 가만히 뭉근하게 향이 우러나기를 기다리면서 조용한 불멍 타임을 즐겨보세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아직 오지 않은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며 뱅쇼 한 잔을 간절히 기다리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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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뱅쇼
베이스 레드 와인 (또는 화이트 와인, 맥주, 브랜디, 사과 주스 등)
향신료 시나몬 스틱, 정향, 팔각, 생강편 (뒤로 갈수록 생략 가능)
과일 귤, 오렌지, 사과, 레몬, 배 등 (귤만 있어도 무방)
감미료 설탕 또는 꿀
만드는 법 1. 주전자에 와인과 향신료, 잘게 썬 과일과 감미료를 넣고 난로에 올린다. 2. 맛과 향이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뭉근하게 데운다. 3. 난로 근처에 두고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나누어 마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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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추운 날씨에 먹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항상 기분이 조금 아련해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계절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떠나보내는 인생무상의 마인드가 저변에 깔리기 시작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배가 따땃해지면 마음도 따땃해지죠! 오늘 저녁엔 뱅쇼 한 잔, 어떠실까요? 마치 홈캠핑을 떠난 것 같은 마음가짐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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