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늘빵 크루통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녹인 치즈를 찍어 먹는다? 사실 크루통 퐁듀는 명예 한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여러분은 체온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저는 제 몸과 함께 살아온 지 3x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서야 아침에 무언가 따뜻한 음식물을 뱃속에 넣기 전까지는 자체 발열이 잘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일단 몸이 한 번 데워지고 나면 추위를 크게 타지 않는데, 아침 출근길만큼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핫팩과 함께 집을 나선다는 겨울 루틴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수족냉증 없이 뜨끈뜨끈한 손발을 얻게 되시길 바라면서, 오늘의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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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캠차레터에서 알려드렸듯이, 얼마 전에 제가 바게트에 대한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민음사 세미콜론에서 출판하는 음식 에세이인 ‘띵’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인데요,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한 권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콘셉트예요. 저는 이제 바게트에 대한 제 지고지순한 사랑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낸 것이죠. 출간 이후 저번 주까지 총 2회의 북토크를 진행했는데, 북토크를 준비하면서도 생각했어요. 내가, 바게트만 가지고, 한두 시간씩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역시나 시간만 더 준다면 계속해서 떠들 수도 있겠더라고요. 아, 바게트. 참 매력적이고 예쁜 빵입니다.
중간에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저는 캠핑이라는 환경 속에서 빵을 구워보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오븐이 없어도 구울 수 있는 빵은 물론 오븐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법까지 정리하고 있는데요, 아직 바게트를 만드는 것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바게트는 홈베이커가 굽기에는 참 어려운 축에 속하는 빵이거든요. 일단 성형하기에도 노하우가 좀 필요하고, 그 아름다운 얇은 크러스트와 촉촉한 속살의 조화는 가정용 오븐의 온도로는 참 구현하기가 ‘빡셉니다.’
그런데 캠핑 바게트의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인가! 그 날렵한 모양이예요. 아직 도무지 무엇을 도입해야 그 길쭉한 반죽을 넣을 수 있는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드미 바게트 정도가 한계이려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빵을 직접 구워야만 맛인 것은 아니니까요! 보통 빵을 굽는 자는 빵을 사먹는 자의 정체성도 겸하고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라 캠핑을 갈 때도 바게트 하나를 장바구니에 쑥 집어넣고 털레털레 떠나곤 해요.
문제는 제가 생각하는 바게트의 유통기한은 4시간이라는 거죠. 내가 지금까지 바게트에 크게 감흥을 느낀 적이 없다? 그건 맛있는 바게트를 먹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만든 바게트를 ‘구운 지 4시간 안에’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길쭉한 모양 때문인지 유통기한을 늘리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다른 빵에 비해서 유난히 빠르게 식감과 맛의 대조가 희미해지기 시작하거든요.
그렇다면 왜 굳이 캠핑에 바게트를 가져가는가? 주로 죽은 바게트를 살리는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프렌치 토스트가 있겠죠? 바게트의 탄탄한 껍질이 빵 형태를 잘 유지해줘서 시럽을 듬뿍 뿌려 먹기에 정말 좋은 달콤한 아침 식사가 됩니다. 그리고 크로크 무슈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 레시피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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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캠핑에 먹고 싶었던 바게트 메뉴는 무엇이었을까요? 마치 겨울인 듯 싸늘한 가을 밤 캠핑, 불멍과 함께 심심한 입에 끝없이 집어넣을 수 있는, 따스함이 유지될수록 맛있는 음식. 바로 퐁듀였습니다! 스위스의 전통 요리인 퐁듀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치즈를 녹여서 빵과 채소 등을 찍어 먹는 음식이예요. 추운 지방에서 몸을 따뜻하게 데우기에 최적인 메뉴이기도 하죠. 은은한 불에 올려 두고 다같이 불멍을 즐기면서 천천히 하나씩 끊임없이 입에 집어 넣기에도 좋고요.
보통 바게트나 깜빠뉴 등의 식사빵을 깍둑 썰어서 퐁듀에 찍어 먹어요. 그런데 저는 이 빵도 최대로 맛있는 상태가 되길 바랐거든요. 하지만 전날 가져온 바게트가 다음 날 저녁 불멍 타임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리가 없죠. 그래서 비장의 무기, 마늘 버터를 꺼냈습니다. 버터를 화목난로에 녹인 다음 마늘과 파슬리를 곱게 다져서 소금과 함께 집어 넣고 잘 섞는 거죠. 여기에 손으로 박박 뜯은 바게트를 넣고 골고루 잘 버무립니다. 그리고 그리들을 달궈서 바게트를 넣고 달달 볶았어요.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불에 골고루 뒤적여가며 노릇해지도록 굽듯이 볶으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마늘 냄새가 퍼집니다. 마늘빵 크루통의 완성이죠! 이대로 크림 수프에 푹 담가 먹거나 샐러드에 토핑으로 뿌리면 더할 나위가 없어요. 하지만 오늘은 퐁듀를 푹 찍어 먹을 생각으로 큼직하게 뜯어서 만들었으니 그대로 접시에 따로 담아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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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퐁듀를 만들 차례. 퐁듀는 치즈를 녹이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눌어붙지 않고 적절한 질감을 유지하면서 분리되지 않고 골고루 부드럽게 잘 녹은 퐁듀를 만들려면 치즈 외에도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재료가 있습니다. 우선 화이트 와인과 레몬 즙을 준비해야 해요. 치즈만 넣으면 느끼해서 쉽게 질리는 맛이 되거든요. 후추와 다진 마늘도 소량 넣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실 진짜 기본은 ‘반으로 자른 마늘을 퐁듀 냄비 바닥에 살짝 문지르는 것’인데, 여기는 한국이니까요. 다진 마늘을 한쪽 분량 정도 그냥 넣으면 됩니다.
저는 여기서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 치즈를 반씩 섞어서 사용했어요. 사실 시중에 ‘퐁듀용 치즈’ 세트를 팔기도 하는데, 이런 시판 제품을 사용하면 필요한 첨가물이 다 들어 있어서 그냥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진짜 치즈를 넣으신다면 일단 깍둑 썰어서 옥수수 전분을 뿌려 살짝 버무려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데우는 과정에서 분리될 수 있거든요. 곱게 수프처럼 풀어진 치즈 퐁듀를 만들려면 질감을 잡아주는 전분이 소량이라도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내열용 냄비에 화이트 와인(과 레몬 즙)을 붓고, 다진 마늘과 후추를 넣고, 깍둑 썰어서 옥수수 전분을 뿌린 치즈를 넣고 잘 저어서 고르게 녹이면 끝입니다. 복잡하지 않아요! 잘 녹이기만 하면 치즈가 굳지 않도록 은은한 불 위에 올려 두고 이것저것을 계속 찍어 먹으면 되는 것이죠. 냄비에 부었던 화이트 와인도 같이 마셔가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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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늘빵 크루통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녹인 치즈를 찍어 먹는다? 사실 크루통 퐁듀는 명예 한국 요리로 지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 진짜, 바게트를 들고 캠핑을 떠날 만한 이유가 있다니까요. 불멍의 주전부리로 제격인 퐁듀, 한번 만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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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크루통 퐁듀
크루통 재료 버터, 마늘, 파슬리, 소금, 바게트
퐁듀 재료 화이트 와인 1/2컵, 레몬 즙 1/2개 분량, 다진 마늘 1쪽 분량, 후추, 에멘탈 치즈 150g, 그뤼에르 치즈 100g, 옥수수 전분 1/2~1큰술
만드는 법 1. 버터를 녹인 다음 다진 마늘과 파슬리, 소금을 넣고 잘 섞는다. 2. 바게트를 적당한 크기로 찢어서 마늘 버터에 넣고 골고루 버무린다. 3. 그리들을 달궈서 바게트를 넣고 골고루 뒤적이면서 노릇하게 굽는다. 4. 내열용 냄비에 화이트 와인과 레몬 즙, 다진 마늘, 후추를 넣는다. 5.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 치즈를 깍둑 썰어서 옥수수 전분을 둘러 골고루 버무린다. 6. 냄비에 치즈를 넣고 잘 저어서 골고루 녹인다. 7. 퐁듀를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크루통을 찍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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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모닥불과 음식,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이보다 더 연말에 어울리는 풍경이 있을까요? 아직 올해가 한 달 반이나 남았어, 싶으면서도 그렇다면 한 달 반 동안 연말을 즐기며 놀고만 싶군! 싶은 시간입니다. 잠시나마 대리 캠핑의 여유를 전해드릴 수 있었다면 기쁠 따름이예요!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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