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분은 고기를 구울 때 밥을 같이 먹는 파인가요, 모든 식사는 식후(?)로 미루는 파인가요?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오늘은 오프닝부터 구독자분들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여러분은 고기를 구울 때 밥을 같이 먹는 파인가요, 모든 식사는 식후(?)로 미루는 파인가요? 저는 삼겹살, 곱창, 한우까지 고기 종류를 가리지 않고 뭐든 밥과 함께 먹고 싶은 파입니다. 기름진 고기+갓 지은 밥+쌈장의 조합만큼 멈출 수 없는 것이 있을까요!
하지만 삼겹살을 먹으러 가서 '여기 밥 하나요'를 주문하면 어른들께 고기로 배 채울 시간에 밥을 먹는다는 타박을 듣기 일쑤였어요. 아니, 저는 밥이 있으면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그런 서러움을 캠핑에서 제대로 해소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그럼 밥 먹는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을 오늘의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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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해요, 회사를 다닐 때 저처럼 고기에 항상 밥을 같이 주문하던 선배가 있었거든요. 그런 동료가 있지 않았다면 과연 매번 마감 때마다 한 번은 돌아오던 삼겹살 회식에 무사히 매번 밥 한 공기를 제때 먹을 수 있었을까, 아마 매번 한 소리를 듣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요. 왜 옆에서 밥을 시키면 당황하고 타박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 직화로 구운 고기만한 밥반찬도 없고, 같이 먹나 뒤에 먹나의 차이일 뿐이고, 한 발 더 나아가면 제가 밥 한 술 먹을 시간에 본인은 고기를 한 점 더 먹을 수 있으니 이득일텐데... 사람은 각자 먹고 싶은 대로 먹을 권리가 있다! 쓸데없는 타박을 듣는 걸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외쳐봅니다.
캠핑에서도 제일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식재료를 직화로 굽는 바비큐입니다. 규모가 조금 있는 매점이나 마트, 편의점이 있는 캠핑장이라면 보통 고기와 쌈채소 등은 팔고 있으니 긴급시에 선택하기에도 좋은 메뉴이지요. 이런저런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핑계로 캠핑에 가면 갖은 요리를 하는 저도 한 끼는 뭔가를 구워 먹습니다.
완전히 몸에 배어 있는 한국식 바비큐는 차리는 데에 뇌세포도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기분이 들어요. 고기를 구울 자리를 세팅하고 고기 옆에 고기와 같이 구울 갖은 채소와 버섯을 차리고 쌈장을 꺼내고. 쌈채소를 씻어놓고 국물이 필요하면 찌개를 끓이거나 라면을 끓이고. 조금 고민을 하는 부분이라면 마늘은 편으로 썰어서 생으로 먹을 것인가 통째로 고기와 함께 구워서 먹을 것인가 정도? 과연 이번에는 마늘을 태우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 오늘은 내 정신머리가 얼마나 붙어 있는가? 그런 정도가 아닐까요.
그리고 역시 고기에 밥을 곁들여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햇반에 쌈장 찍은 고기 하나, 마늘에 버섯, 라면 국물! 밥도 고기도 딱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굽는 고기 부위도 우리끼리 우리 맘대로 먹고 싶은 순서대로 굽기! 캠핑장에 고양이가 있으면 간을 하지 않은 고기를 두어 점 같이 굽고, 싹 비운 햇반 그릇에 물을 콸콸 부어서 같이 차려두기. 내가 맛있었던 것처럼 너도 맛있게 먹으렴. 너도 밥을 같이 먹을래? 필요하면 얘기해, 다음엔 차려줄게.
<아웃라이어>를 보면 하인즈 케첩이 아이들도 쉽게 쭉 짤 수 있어 분량 조절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로 용기를 교체한 이야기가 나오죠. 제가 유난히 꽂히는(?) 부분도 무언가를 제 맘대로 조절해서 요리하고 먹는다는 점인 것 같아요. 집이라고 뭐 다르지는 않지만 캠핑은 유난히 자유도가 높은 것처럼 느껴지죠. 왜일까요?? 조금 고민해볼 부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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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을 먹어도 닭갈비를 먹어도 항상 마지막은 볶음밥. 한국인의 디저트는 볶음밥이라고 하지만 저는 볶음밥도 메인으로 먹고 싶습니다. 하지만 볶음밥은 일단 고기를 먹은 양념이 있어야 하니 처음부터 같이 시키기는 어렵지요. 오발탄처럼 그게 가능한 곳에서는 항상 같이 주문하고 있습니다! 양념이 잘 된 고기는 맛있죠. 그 양념이 배어든 채소도 맛있고, 떡과 고구마는 물론이고, 남은 양념에 김가루와 오독오독 김치/깍두기까지 썰어넣은 볶음밥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이걸 왜 코스로 먹어야 해!
그런 심정이 십분 반영된 이날의 메뉴가 바로 닭갈비 볶음밥이었습니다. 맵지 않은 양념이 맛있게 배어든 두툼한 고기, 달콤한 양배추와 고구마가 들어간 닭갈비의 후식 볶음밥을 아주 푸짐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닭 허벅지살과 양배추를 수제 양념에 찹찹 재우고, 고구마를 넣어서 지글지글 구운 다음 고기를 잘게 썰고, (넘칠까봐 조금 덜어낸 다음) 햇반을 두 개 넣고 볶볶 볶았습니다. 이때 고기를 먹고 밥을 볶는 이유를 약간 알았어요. 그리들에서 음식이 흘러 넘칠 것 같더라고요!
그야말로 욕심쟁이처럼 보이는 수북한 볶음밥을 볶볶, 볶볶. 덜어낸 닭갈비를 다시 넣고 볶볶. 수분이 거의 날아가서 지글지글해질 즈음 최대한 넓고 얇게 펴서 바닥을 지져 누룽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볶은 다음 넓고 얇게 펴서 한 번 더 누룽지를 만들기! 누룽지 영역을 최대한 넓히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예요. 그리고 가운데를 갈라서 마치 바다를 가르는 모양새로 치즈가 흐르는 강을 만들기 위해 피자치즈를 수북하게 뿌리고, 양옆에는 채썬 깻잎과 김가루를 뿌렸어요. 그리고 따닥따닥 누룽지가 생기는 소리가 나는 그리들을 바로 테이블에 차려놓고 그리들째로 한 입씩 떠먹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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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었어요(눈물). 한 숟가락 뜰 때마다 걸려나오는 고기와 양배추라니! 키치한 피자치즈의 강이라니! 우리 CC일 때 치즈불닭 유행하기 시작해서 먹으러 갔던 거 기억나? 매운 거 못 먹어서 누룽지 마시다가 배터질 뻔 했는데, 그치.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사람이 한 그리들의 닭갈비 볶음밥을 순삭했습니다. 이걸 닭갈비 -> 볶음밥의 순서로 먹었으면 다 먹을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어요. 자고로 먹는 건 끊기지 않아야 하잖아요. 한 번에 요리해서 차려놓고 한 번에 먹고 싶다는 귀차니즘에도 딱 맞는 메뉴였습니다. 만족, 대만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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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밥타령으로 점철된 캠차레터, 재미있으셨나요? 어쩐지 푸념이 구석구석 스며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지난 주말에 캠핑을 가지 못해서 금단 현상에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다음 주말은 월요일만 쉬면 대망의 4일 연휴가 기다리고 있죠! 이번 주말과 달리 날씨가 화창하길, 아니 흐리더라도 비가 오지 않길 바라면서 인사를 드립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오늘도 캠차네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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