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문을 닫았다가 봄과 함께 돌아온 캠핑장에 쏜살같이 찾아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비와 함께 떠났던 지난 11월과 아직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마른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뻗어 있었어요. 하지만 산책길에 허리를 굽히고 길섶을 들여다보면 그 곳에는 꽃샘추위를 뚫고 잎새를 피우는 쑥이 자라고 있습니다. 서서히 찾아오고 있는 봄!
할머니와 함께 자란 저는 순간 저 쑥을 너무 뜯고 싶었어요. 하지만 진정하고(사유: 사유지) 그 다음날에 동네 재래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봄을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곳은 캠핑장, 봄을 가장 빨리 맛볼 수 있는 곳은 재래시장이죠. 두릅과 민들레 다라이 사이에 자리한 쑥을 사고 물어 물어 멥쌀가루를 파는 곳을 찾았습니다. 방앗간에서 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떡집에서 팔더라고요? 제가 또 하나 배웠습니다. 저를 이리저리 토스하며 알려주신 시장 상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무튼, 그렇게 준비한 쑥과 멥쌀가루, 금귤 콩피를 들고 호기롭게 다시 봄캠핑을 떠났습니다. 캠핑에서 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서요! 저에게 봄은 금귤과 쑥과 함께 찾아오거든요. 초봄만 되면 제일 먼저 나온 금귤을 가지고 한 냄비씩 콩피를 만들어 일 년 내내 먹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쌉싸름한 쑥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하지만 어디서도 이런 쑥버무리는 팔지 않지요. 직접 만들어서 맛을 보고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쑥버무리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요. 특히 저처럼 수분 처리가 된 멥쌀가루를 떡집에서 구입했다면 쑥과 쌀가루의 비율만 조절하면 됩니다. 그냥 쑥에 보슬보슬 묻어날 만큼만 버무려서 쪄도 됩니다. 일단 우선 쑥을 손질합니다. 쑥은 질긴 줄기를 제거하고 잘 씻은 다음 키친타월로 물기를 거의 전부 제거해주세요. 쑥버무리가 ‘떡지게’ 되는 원인은 오로지 수분이거든요. 그리고 쌀가루(수분처리한)와 설탕(취향껏)을 원하는 만큼 넣고 골고루 버무려주세요. 그리고 찜기에 면포를 깝니다.
저는 설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쌀가루와 쌀가루를 버무린 쑥을 켜켜이 깔았어요. 쑥 위에 잘게 자른 금귤 콩피도 군데군데 얹었고요. 이때 금귤 콩피는 절대 쑥과 같이 버무리면 안 됩니다. 수분이 많아서 질척거리게 되거든요. 제일 위에 쌀가루를 뿌리고 뚜껑을 닫은 다음 끓는 물 위에 찜기를 올려주세요. 그리고 딱 15분만 찝니다. 그리고 불에서 내린 다음 5분간 뜸을 들여 주세요.
향긋하고 달콤한 쑥버무리 완성! 취향에 따라 금귤 콩피 시럽을 찍어 드셔도 좋아요.
사실 연습이라는 핑계로 집에서 쑥버무리를 처음 만들었다가 맛보고서 그 자리에 선 채로 검색한 것이 바로 ‘쑥 언제까지’였어요. 향긋하고 쌉싸름하고 촉촉하고 탱글탱글하고, 안 그래도 원래 설기떡을 좋아하는데 봄날의 쑥과 금귤 콩피를 넣은 설기를 제가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아무래도 5월 즈음까지는 쑥을 주기적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아요. 금귤 콩피도 1kg 정도 더 만들 생각입니다.
하지만 식감이 부드러운 여린 쑥은 아무래도 초봄에 가장 구하기 쉬우니 이 시간이 지나기 전에 꼭 만들어보세요. 갓 구운 빵만큼 갓 쪄낸 떡도 주방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음식이니까요.
* 금귤 콩피 만드는 법은 링크 참조. 곧 캠핑 요리 블로그를 오픈할 예정인데 그곳에도 제대로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
컵에 금귤 콩피를 시럽과 함께 세 숟갈 정도 수북하게 넣어줍니다. 여기에 알싸한 향으로 단맛을 깔끔하게 다독이는 날생강을 샥샥 갈아주세요. 그 위로 얼음을 컵 가득 채우고, 탄산수를 꼴꼴꼴 부어줍니다.
알싸한 향과 달콤한 맛이 교차하는 상큼한 생강 금귤에이드 완성! 생강 없이 만드셔도 돼요. 잘 저어서 마셔야 하는데, 저는 아예 숟가락으로 수정과 속 곶감 먹듯이 금귤을 떠서 먹듯이 마셨습니다. 햇살과 함께 햇살처럼 빛나는 금귤에이드 마시기. 캠핑 오길 잘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일 거예요.
CAMPING TOOL 다재다능 캠핑 조리도구: 시에라 컵으로 뚝딱 찜기
입구는 넓고 바닥은 좁아지는 형태의 시에라 컵은 캠핑에서 온갖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미국 시에라 클럽에서 최초로 만들어서 시에라 컵이라고 해요. 크기도 소주잔 정도에서 라면도 들어가는 500ml 크기까지 다양합니다.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티타늄 등 여러 재질로 만들어서 원하는 대로 골라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에라 컵은 식사 때 앞접시 용도로 사용하면 캠핑 분위기가 제대로 납니다. 저는 여차하면 냄비 대용으로 사용하려고 500ml짜리를 여러 개 사두었어요. 그리고 이번 쑥버무리를 만들 때 제대로 써먹었습니다. 딤섬이나 찐빵을 데운다는 핑계로 그냥 귀여워서 산 자그마한 대나무 찜기를 얹기에 너무나 딱이었거든요!
우선 착착 접으면 수납력이 최상인 소토 레귤레이터 스토브 ST-310을 세팅합니다. 그 위에 500ml들이 '스뎅' 시에라 컵을 얹고 물을 부어주세요. 불을 켠 다음 물을 끓이면서 대나무 찜기에 면포를 깝니다. 쑥버무리를 세팅하고 물이 끓는 시에라 컵에 찜기를 얹으면 끝! 다만 냄비보다 물 양이 적어서 빨리 졸아드니 자주 물을 보충해주세요.
있는 도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도 캠핑의 매력이죠. 이런 캠핑 도구, 저렇게도 쓸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용법을 알려드릴게요.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슬슬 차박으로, 텐트로 캠핑을 즐기기 좋은 날씨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번 주말 캠핑은 참고로, 아직 새벽녘이 조금 추웠어요. 아직은 전기장판을 집어넣지 마시고, 하지만 화창한 봄날을 즐길 준비는 완비해서, 함께 봄캠핑을 떠나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