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누구나, 감당이 안되는 향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오늘은 초장부터 미리 다음 주 캠차레터는 휴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후쿠오카 여행이 예정되어 있거든요! 지금은 여행을 앞두고 쏟아지는 일거리를 전부 해치우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도중, 저의 힐링 모먼트인 뉴스레터 발행을 위해 워드를 켠 참입니다. 지난 겨울의 추억을 담은 뉴스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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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누구나, 감당이 안되는 향신료 찬장 하나쯤은 가지고 계신 거 맞으시죠?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주세요. 맛있고 향기로운 음식으로 이름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거나, 참으로 설명이 잘 되어있는 이국적인 요리책을 본다거나 하면 저도 이런 음식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향신료를 바리바리 사들이곤 하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제 냉장고에는 레몬그라스와 갈랑갈이 냉동되어 있고, 두반장과 트러플 페이스트와 머스터드 3종이 공존하고, 흑초와 애플 사이더 비니거와 현미 식초가 나란히 서 있는 찬장 뒤편에는 인도와 동남아와 일본 커리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모든 향신료가 함께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싹 내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치고 올라오지만, 다시는 사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다가도 종려당이나 페누그릭 잎이 필요하다는 레시피 지침을 읽고 있으면 이번만큼은 진짜 다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언제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번 주말 캠핑에서 무슨 요리를 할지 고민을 할 때, 향신료 찬장을 열어보곤 합니다. 캠핑장에서는 조금 더 손이 많이 가고 평소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음식도 집중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그렇기도 해요. 집에서는 서 있느니 앉고 싶고, 앉아 있느니 눕고 싶고, 누운 김에 뒹굴다가 한 잠 자고 싶습니다. 물론 캠핑장에서도 쉬고 놀고 자곤 하지만, 평소에 게으름을 피우던 공간에서 벗어나서인지 자꾸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다는 의욕이 치고 올라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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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 주인공은 지난 겨울, 이런 생각의 흐름을 통해 선정된 이후 저의 새로운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인도식 달 마크니 커리입니다. 제가 이 요리를 위한 모든 향신료를 어쩌다가 손에 넣게 되었는지는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서울의 카레 성지인 성북동 ‘카레’에서 펴낸 ‘열두 달 향신료 카레’ 책을 읽고서 커리를 정통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향신료를 열심히 골라 주문할 때는 열심히 커리를 만들게 될 줄 알았죠. 하지만 모두가 예상 가능하듯이 한 번 딱 만들어보고 찬장 속에 계속 잠들어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 주말 캠핑에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던 제 눈에 겨우 들어온 거죠. 대체 왜 우리 집 찬장에는 인도식 커리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가 구비되어 있는가. 살짝 현타가 오지만 오늘을 위해서였을 거라고 위로를 했습니다.
인도식 커리는 따뜻한 지방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집에서 ‘어제의 카레’를 먹고 자란 우리들에게는 추운 날씨에 냄비에서 퍼낸 걸쭉하고 따뜻한 커리만한 것이 없죠. 저는 집에서 만드는 카레는 냉장고 청소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인도식 커리도 다를 바가 없어요. 저처럼 어째서인지 향신료가 준비되어 있는 분이라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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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만들 수 있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크게 구성을 나눠 보자면,
버터 + 마늘(과 양파) + 가루와 통 향신료 + 토마토 통조림 + 콩 통조림 + 크림이나 우유
이것이 달 마크니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버터에 마늘과 양파 등을 볶고, 향신료를 넣어서 충분히 향이 나도록 같이 볶은 다음, 토마토 페이스트나 통조림을 넣고 충분히 볶고, 나머지 재료를 넣어서 푹 익히면 됩니다. 토마토는 볶은 양파와 함께 맛있는 일본 카레를 만드는 데에도 대활약하는 재료입니다. 감칠맛과 꼭 필요한 산미를 더해주거든요.
달은 인도어로 대충 콩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콩이 들어가겠죠? 특히 렌틸콩이나 병아리콩을 주로 사용하는데, 여기에 토마토를 베이스로 넣어서 부드럽고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콩을 듬뿍 넣고 잔뜩 으깰수록 걸쭉하고 부드러워져요. 직접 삶아서 넣어도 좋겠지만 통조림 제품이 얼마나 잘 만들어서 나오는지, 저는 그런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뚜껑을 따서 물기만 따라내고 부으면 끝이거든요. 만약에 매운 커리를 좋아하신다면 향신료에 고춧가루 종류를 늘리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토마토와 크림이 들어간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유아 버전에 가깝게 만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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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향신료와 통조림만 잘 갖추고 있으면 모든 뚜껑을 열기만 해서 볶으면 완성되는 음식입니다. 한국식, 일본식 카레만큼 쉽죠! 고형 카레 없이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거예요. 신기할 정도로 찬장에 보관할 수 있는 재료만 가지고 만들어내는 음식이 바로 커리죠.
만약에 이 레터를 보고 인도식 커리를 위한 향신료를 사고 싶으시다면… 가람 마살라와 쿠민, 코리앤더 씨 정도를 구입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페누그릭 잎이나 머스터드 씨처럼 더 많이 사려면 살 수 있는데, 저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향기로운 맛을 낼 수 있어요. 그리고 영국의 외식업계를 평정한 버터 치킨 커리도 저 향신료로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그 레시피를 소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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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달 마크니 커리
재료
버터 10g, 마늘 3~4쪽, 양파 1/2개, 페누그릭 잎 1큰술(생략 가능), 쿠민 1/2큰술, 코리앤더 씨 1/2큰술, 가람 마살라 1큰술, 병아리콩 통조림 1개, 렌틸 통조림 1개, 토마토 페이스트 1/2컵 또는 토마토 통조림 1개, 크림 약간, 소금
만드는 법
1. 버터를 녹여서 다진 마늘과 양파를 넣고 잘 볶는다.
2. 모든 향신료를 넣고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는다.
3. 토마토 페이스트나 통조림을 넣고 으깨가면서 달달 볶는다.
4. 물기를 제거한 병아리콩과 렌틸을 넣는다.
5. 주걱으로 살짝 눌러서 으깨가면서 뭉근하게 익힌다.
6. 크림을 살짝 두르고 간을 맞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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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는 뭉근하게 오랫동안 익히면 맛있는 음식이니만큼 화목 난로에 그리들을 올려놓고 세월아 네월아 내버려두면 됩니다. 보통 화목 난로는 세로로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문을 열어서 비슷한 길이의 장작을 집어 넣고 문을 닫는 구조거든요. 제가 화목 난로를 구입하면서 같이 직구를 한 것이 이 문을 통해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의 스테인리스 판이었습니다. 있더라고요?
그래서 커리를 뭉근하게 익히는 동안 난 반죽을 했습니다. 요구르트를 약간 넣고, 이스트를 넣어서 난로 옆에 두고 발효를 시키면서요. 인도 커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납작한 빵을 곁들일 수 있는데, 발효를 시키지 않은 차파티 종류와 발효를 시켜 살짝 폭신한 난 종류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도식 커리니까 인도식 난에다 먹어봐야 할 것 같았어요. 항상 커리 전문점에 가면 난을 두세 번씩 추가 주문하는 것이 당연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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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발효된 (것 같은) 난 반죽을 세 등분해서 넓게 펴고, 버터를 하나 얹은 다음에, 화목 난로에 집어 넣고 약 30~40초 후에 꺼냈습니다. 놀랍게도 군데군데 그슬린 채로 익어 있었죠! 제가 원하던 마치 탄두리 화덕에서 구워낸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제가 이때 생각한 건 ‘화목 난로는 정말 미친 듯이 뜨겁구나’와 ‘성공할 줄 알았으면 난 레시피를 기록하면서 만들 걸’ 이었습니다. 사실 망할 줄 알고 계량도 적당히 했거든요. 이 레시피를 소개하려면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만들죠, 뭐. 이번 겨울도 틈틈이 캠핑을 나가게 될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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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아, 뉴스레터 쓰는 시간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제 밀린 다른 일들을 쳐내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떠나고 싶지 않네요. 여행을 가기 직전에 가장 많은 일이 몰리는 이 징크스는 대체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하지만 모조리 다 처치하고 무사히 여행을 다녀오고 말겠습니다. 오늘도 캠차레터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다음주에 맛있는 캠핑 이야기와 함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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