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지난 보름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33호 캠차레터에서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지난 보름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33호 캠차레터에서 말씀드린 대로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미처 몰랐는데, 지난 12월 초에도 후쿠오카에 갔더라고요. 12월 초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어디든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있고, 연말 이벤트를 시작하고 있고, 하지만 아직 너무 춥거나 너무 붐비지 않는 초입 시기랄까요. 이번에는 노린 것이 아니었지만 내년에는 이 시기를 노리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구나,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그런 고민을 해봅니다. 오늘의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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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캠프파이어처럼 불만 붙이면 다들 이 불이 아까워서 뭐라도 굽고 싶어합니다. 그냥 불멍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거죠. 그럴 때 다들 일단 집어넣고 보는 것이 대표적으로 고구마입니다. 언제나 시원하게 찰랑찰랑 소리가 울리는 쿠킹 포일에 곱게 싸서, 불구덩이에 집어넣고, 우리가 불멍을 즐기는 동안 너는 군고구마가 되어라. 그제서야 여유를 좀 즐겨 보는 거죠.
저는 이렇게 고구마를 구울 때면 항상 ‘이걸 한 번에 다 넣으면 불이 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 대접에 가득 찰 만큼 잔뜩 준비합니다. 식구들이 고구마를 좋아하느냐고요? 전혀요. 우리 가족은 신기할 정도로 구황작물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감자도, 고구마도, 옥수수도, 구워 놓으면 저만 신나게 먹어요. 이제 집에는 아예 감자며 고구마는 들여놓지도 않고 사무실로 바로 주문할 정도입니다. 집에 가져가도… 아무도 안 먹는 거…
하지만 캠핑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내가 먹고 싶으니까 일단 굽는 거예요. 남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놀랍게도 초반에는 군고구마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웬일로 다들 고구마를 잘 먹어서가 아니라, 불 조절에 실패해서 고구마가 숯덩이가 되고 말았거든요. 불구덩이에 파묻어 놓고 수다를 떠느라 까맣게 잊어버려서 제 속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쿠킹 포일 속의 숯덩이들.
그 기억 때문에 매번 고구마를 잔뜩 한 대접씩 굽고 있습니다. 뭐라도 하나 타지 않은 것이 있어야 내 입에 들어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죠! 실제로 초반에는 겨우 반 정도 살리곤 했어요.
변명 같지만, 고구마를 맛있게 굽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활활 타는 불구덩이에 집어넣으면 무엇이든 쉽게 타지만 고구마는 특히 속까지 포슬포슬해지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려요. 그래서 겉이 타기 전에 속까지 익히려면 너무 뜨거운 온도의 불 가까이에 두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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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구마를 굽고 삶다 보면 확연히 속살의 당도가 높고, 흘러나온 수분이 캐러멜처럼 달콤하게 굳을 정도로 맛있어질 때가 있죠. 고구마의 전분은 아밀레이스라는 효소 작용을 통해 맥아당으로 전환되는데, 이 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가 57°C~77°C입니다. 익히면서 이 온도를 가장 오래 유지할수록 고구마가 확연히 달콤해져요. 다만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죠.
다만 오븐 조리를 할 경우에, 공기는 열 전도가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븐 온도를 70~80℃까지 낮춰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제 오븐으로 할 수 있는 최적의 군고구마 굽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160℃로 1시간, 180℃로 1시간을 굽는 것입니다. 그러면 속까지 달콤해진 채로 껍질이 터져나오며 고구마의 수분이 시럽처럼 흘러나오는 완벽한 군고구마가 됩니다.
캠핑에서는 이 원리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활활 타는 뜨거운 숯에 고구마를 바로 집어넣기보다는, 고기를 한 번 굽고 가장 뜨거운 시기를 지나 은근한 불을 품고 있는 숯 사이에 파묻는 방법이 있죠. 화목 난로의 상판과 양쪽 날개 부분에 고구마를 올려 놓고 가끔 뒤집고, 가장 뜨거운 곳과 서늘한 곳 사이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간접 가열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냥 올려 두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끔 뒤집고 돌려가면서 골고루 익혀야 전체적으로 잘 익은 군고구마를 손에 넣을 수 있어요.
군고구마 굽는 요령
1. 잘 씻어서 쿠킹 포일에 이중으로 싼다. 2. 남은 잉걸불이나 화목 난로에 올려서 간접 가열로 익힌다. 3. 10분 간격으로 뒤집고 돌리면서 골고루 천천히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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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군고구마 굽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한 대접씩 준비한 고구마가 남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굽는 고구마의 양을 줄였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에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거든요. 이건 구황작물을 그냥 내놓으면 별달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족도 잘 먹는 레시피입니다.
우선 식은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깁니다. 잘 씻었고 타지 않았으면 껍질째로 먹어도 상관없어요. 적당한 크기로 깍둑 썰어주세요. 그리고 베이컨 두어 줄을 적당히 썰어서 프라이팬에 볶습니다. 밥이 잘 지어져서 뜨거울 때 버터를 한 조각 넣고, 간장이나 츠유를 살짝 두른 다음, 베이컨과 군고구마 썬 것을 넣어서 너무 부서지지 않도록 적당히 잘 섞어주세요. 단짠의 매력이 느껴지는 군고구마 버터밥이 완성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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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단 것을 섞는 것이 별로인 사람이라면 군고구마로 아예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보세요. 군고구마를 길게 반으로 잘라줍니다. 그리고 설탕을 자른 단면에 수북하게 얹어주세요. 생각보다 고구마 단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복하게 얹어야 브률레가 잘 됩니다.
그리고 토치에 부탄가스를 끼우고, 불꽃이 제일 약하게 나오도록 조절한 다음 고구마에 뿌린 설탕을 살살 녹여서 캐러멜화될 때까지 고루 가열합니다. 캐러멜이 식을 때까지 잠시 기다리면 파삭파삭한 캐러멜층이 부드러운 고구마 속살과 어우러져서 아주아주 달콤한 데다 질감의 대조까지 느낄 수 있는 군고구마 브률레가 완성됩니다.
저는 캐러멜과 군고구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불장난을 하고 싶어서 이걸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한군데만 타버리지 않도록 불꽃으로 골고루 그슬리면서 설탕이 녹고 보글보글 끓다가 갈색의 캐러멜이 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재미있거든요. 정통 브률레보다 훨씬 만들기 쉽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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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기온의 변화가 극심하기 그지없는 12월입니다. 지난 주말에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다 중랑천에서 꽃이 핀 나무를 본 것 같은데, 조화였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계절의 변화가 함께하는 캠핑을, 일상을 오래도록 즐기려면 지구가 건강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이번 겨울에는 캠차레터가 지속 가능한 캠핑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을 해볼까 합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요,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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