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어라 함은 S’MORE, 즉 자꾸 더more 달라고 할 정도로 맛있다는 구운 마시멜로우와 초콜릿, 통밀 크래커의 조합을 말합니다. 장작불에 살살 구워서 뜨끈하고 찐득하게 늘어나는 마시멜로우를 초콜릿과 함께 통밀 크래커에 끼우면, 마시멜로우의 열기가 초콜릿을 녹이면서 단맛이 두 배로 강렬해진 디저트가 완성되지요.
미국 아동 소설을 보면 캠프파이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로망의 간식, 스모어!
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으니,
제가 마시멜로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푹신하고 찐득하고 설탕 단맛이 강렬한 마시멜로우의 매력을 도무지 모르겠어요. 당연하겠지만 초코파이도 저의 최애 초콜릿 과자는 아닙니다. 굳이 ‘픽’을 꼽자면 오예스, 빅파이, 조금 느끼해도 견딜 수 있을 때는 몽쉘이나 후레쉬베리 쪽을 선택한달까요. 초콜릿과 캐러멜의 단맛은 좋아하지만 설탕 본연의 순수한 단맛에는 약하고, 푹신푹신한 머랭 질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 달걀 흰자로 만든 머랭에 설탕 시럽을 섞어 만드는 새하얀 마시멜로우가 마음에 들 수가 없죠.
하지만 캠핑 하면 불멍, 불멍 하면 스모어가 아니겠어요? 뉴스레터에 꼭 스모어를 다뤄달라고 부탁하신 구독자분들의 요청도 한몫했어요. 캠핑 요리의 1인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저의 호불호 따위로 캠핑의 로망인 레시피를 날려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스모어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스모어를 무조건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바로 ‘내가 좋아하는 쿠키’로 스모어를 만들 수 있는 ‘셀프 스모어 바’를 차리는 것입니다!
스모어의 기본 구성은 마시멜로우와 초콜릿, 통밀 크래커입니다. 찐득한 마시멜로우와 달콤한 초콜릿을 고소한 크래커가 감싸면서 질감의 조화가 느껴지죠. 그런데 만일 평소에 통밀 크래커를 즐겨 드시는 분이 아니라면 전체적으로 낯선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어요. 초코파이 가운데에 든 마시멜로우와 달리 따끈하고 찐득한 마시멜로우에도 적응해야 하는데, 쿠키마저 낯설다? 그럼 이걸 왜 먹는지 이해하기 힘들 수 밖에 없죠.
그렇다면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쿠키’로 스모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의 최애 시판 쿠키는 오레오, 최애 수제 쿠키는 단연 초콜릿칩 쿠키예요.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쿠키를 준비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짭짤한 소금이 뿌려진 제크나, 달콤한 코코넛 향의 빠다코코넛 등을 가져오는 것도 추천합니다. 최애 쿠키의 변신을 두근거리며 지켜보는 거죠.
좋아하는 쿠키와 마시멜로우, 초콜릿을 모두 준비했다면? 이제 불멍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스모어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활기차고 떠들썩한 식사 초반보다, 배도 어느 정도 부르고 뒤로 기대 앉아서 타닥타닥 타오르는 잔불을 바라보는 ‘불멍’ 타임에 어울리는 간식이예요. 디저트의 자연스러운 시간적 배치이기도 하지만, 마시멜로우는 방심하면 순식간에 타버리는 재료이기 때문이죠!
마시멜로우를 길쭉한 꼬챙이에 끼워서 불꽃 가까이에 가져가보세요. 왜 갈색으로 익지 않지? 하면서 가만히 들고 있다 보면 순식간에 불꽃이 타오르면서 새까만 숯덩이가 되어버립니다. 어찌나 잘 타는지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막대기를 들고 있노라면 어딘가로 강력하게 무언가를 주장하러 나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제가 떠올리는 건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를 사냥하러 떠나는 마을 주민의 모습인데…. 아니, 그건 빌런이잖아요? 여하튼 마시멜로우는 그만큼 잘 탑니다.
여기에는 요령이 있습니다. 마시멜로우를 불에서 약 5cm 정도 떨어진 곳에 댄 다음, 한 시도 쉬지 않고 살살 돌려주세요. 이상적인 모습은 전체적으로 가볍게 갈색으로 그을려 속이 전부 따뜻해진 상태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살살 돌리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색이 나기 시작해요. 이때 윗부분이 더 빠르게 탈 수 있으니 각도도 살살 조정해주세요.
마시멜로우가 노릇하게 잘 익었으면, 한 손에 좋아하는 쿠키를 나란히 두 개 놓아주세요. 그리고 종류에 따라 어울릴 것 같으면 초콜릿을 한 조각 올립니다. 그 위에 구운 마시멜로우를 올리고 손을 접어서 쿠키 사이에 고정시킨 다음 꼬챙이를 살살 돌려 빼내줍니다. 취향 맞춤형 스모어 완성!
저는 오레오나 초콜릿칩 쿠키처럼 이미 초콜릿이 들어있는 쿠키의 경우에는 초콜릿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추가하면 하는 대로 맛이 있겠죠? 초콜릿이니까요.
그래서 셀프 스모어 바를 차려본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만족이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오레오 쿠키 스모어(오모어? 스레오?)도 자그마하고 포슬포슬하니 맛있었지만, 이미 초콜릿의 단맛과 노릇노릇 고소한 맛이 존재하는 쿠키에 구운 마시멜로우를 샌드했더니 쫀득함이 두 배가 되면서 마시멜로우의 단맛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거예요! 통밀 크래커는 쫀득하다기보다 부슬부슬 부스러지는 쪽이니까요. 쫀득chewy하게 구운 초콜릿칩 쿠키가 마시멜로우의 쫀득함을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게 한달까요? 진심으로 이제는 스모어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줄 요약 1. 나는 스모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2. 좋아하는 쿠키로 스모어를 만들어봤다. 3. 이제 스모어를 좋아한다.
P.S.
사실 ‘좋아하는 쿠키 스모어’라면 맛있을 거라는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 캠핑을 떠나기 전날 네슬레 톨하우스 초콜릿칩 쿠키를 구웠습니다. 뉴욕타임즈 쿠킹에서 초콜릿칩 쿠키를 검색했다가 레시피를 찾았거든요. 미드 ‘프렌즈’의 팬이라면 알고 계시죠? 모니카가 수백 개의 쿠키를 굽게 만든 그 비밀의 레시피!
총 60개가 나오는 레시피라고 해서 반으로 줄여 구웠는데, 스모어용으로 조금 작게 만들었더니 무려 40개가 나왔어요. 그리고 약 5일이 지난 지금, 제 뱃속으로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초콜릿칩 쿠키, 넌 왜 이렇게 맛있는 거니… 앞으로는 스모어를 핑계로 캠핑 전날 쿠키를 굽는 것이 루틴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자제해야지. 아니면 레시피를 3분의 1로 줄이던가요. 메추리알로 만들어야하나…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나라면 무슨 쿠키로 스모어를 만들까?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