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화요일에 캠핑 요리 뉴스레터를 발행하면 좋은 점이 무엇일 (사진: 지난 1월 중의 캠핑날 아침 a.k.a 필리치즈스테이크 먹은 날)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화요일에 캠핑 요리 뉴스레터를 발행하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지난 주말 캠핑의 기억을 생생하게 레터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주말 캠핑 계획을 미리부터 세우면서 일주일 내내 캠핑 기분에 빠져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 머릿속에 있는 이번 주말 캠핑 요리 계획은 5분 간격으로 하나씩 늘어나고 있어서 마치 한 달은 다녀오려는 사람 같습니다. 한없이 놀고 싶은 화요일의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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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 치즈스테이크를 해먹겠다고 핫도그 번을 들고 캠핑을 떠난 이날은 바람이 참 많이 불었습니다. 캠핑을 가보면 바람의 각도와 강도가 생각보다 컨디션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맞고 있으면, 생각보다 빠르게 피로해져요. 햇볕 따뜻한 낮의 산들바람은 사람의 기분을 참 행복하게 만들죠. 하지만 만약에 아주 작은 돌개바람이 순간순간 불어온다면?
우선 돌개바람은 바닥의 흙과 낙엽을 같이 끌고 올라와 사방에 퍼트립니다. 아무리 깔끔하게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해놔도 곳곳에 흙먼지가 내려앉아요. 음식도 접시도 잘 덮어두지 않으면 모래가 씹히게 됩니다. 그리고 단단하게 고정시켜두지 않은 모든 캠핑 물건이 사방을 날아다녀요! 캠핑카에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어닝이 달려 있는데, 넓게 펴 놓은 어닝이 한 번의 돌개바람에 하늘로 붕 떴다가 쾅 하고 다시 바닥을 치면 심장이 같이 내려앉습니다. 얘가 망가지면 수십 만원을 주고 고쳐야 하거든요.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불면 어닝을 싹 걷고 온몸으로 햇볕과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물론 바람이 분다고 나쁜 캠핑이 되는 건 아니예요. 아무리 불편한 캠핑도 나름의 묘미가 있고 계속해서 되새길 추억이 되거든요. 다만 한 번 바람 부는 캠핑을 겪고 나면 주말의 날씨를 체크할 때 햇빛과 구름, 비와 눈 여부와 더불어 풍향을 확인하게 됩니다. 같은 기온이어도 느껴지는 날씨가 전혀 달라지니까요.
지금도 필리 치즈스테이크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사진을 꺼내 보는 순간 갑자기 그날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고기를 볶으려는데, 핫도그 번을 노릇노릇하게 구우려는데, 자꾸만 사방에서 불어오며 불길을 꺼뜨리려고 하던 바람… 저는 확실하게 느꼈어요. 차라리 일직선으로 가로로 불어오는 바람이라면 방어라도 가능한데, 그때는 확연히 아주 자그마한 크기의 돌개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바람막이로 불길을 보호해도 의미가 없어요! 사방을 전부 막지 않는 이상 온갖 각도로 바람이 새어들어오거든요. 아따, 밥 한 번 먹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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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저는 불굴의 의지로 필리 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스테이크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사실 필리 치즈스테이크는, 치즈맛 불고기와 비슷해요. 아주 얇게 저민 불고깃감 소고기를 양파와 함께 달달 볶아서 소금, 후추에 치즈를 넣어 양념하거든요. 복잡한 향신료가 필요하지도 않고, 다양한 채소를 따로 준비해야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핫도그 번만 있으면 왠지 특별한 기분으로 아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왜 스테이크라고 부르냐면 원래 스테이크 고기를 잘게 썰어서 만들었다 등 이런저런 설화가 있기는 한데,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고기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필라델피아의 고전 메뉴라는 점만은 확실합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얇게 썬 소고기를 어디서 구해? 라는 점부터 설명하기 시작하지만 우리는 이 부분은 건너뛰어도 무방하죠. 불고깃감을 사면 됩니다! 사실상 간장과 설탕 양념으로 불고기를 만들고 그걸 핫도그 번에 넣어 먹어도 충분히 맛있기는 해요. 치즈맛 불고기를 만든다, 라는 느낌으로 양파와 치즈를 준비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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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는 원래 프로볼로네 치즈를 사용하는데, 저도 이 치즈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고다나 그뤼에르 같은 치즈를 넣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잘 녹는 종류의 치즈를 쓰는 거예요. 몽글몽글하게 형태가 남아있는 경질 치즈가 아니라 열에 스르륵 녹아서 고기와 양파를 한 덩어리로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슬라이스 치즈 종류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모짜렐라 같은 치즈보다는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나는 걸 고르는 게 잘 어울려요. 그 풍미가 전체에 어우러지거든요. 프로볼로네, 고다, 그뤼에르 정도에 파르메산을 마무리로 뿌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치즈가 맛의 포인트이니 아낌없이 팍팍 넣어주세요. 만들기도 간단하고 아침, 점심으로 든든하게 먹기 좋은 캠핑 메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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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필리 치즈스테이크
재료 불고깃감 300g, 양파 1/2개, 프로볼로네 치즈 4장(슬라이스), 소금, 후추, 핫도그 번 2개, 버터, 식용유
만드는 법 1. 그리들이나 프라이팬에, 하지만 캠핑 느낌을 내려면 역시 그리들이겠죠. 식용유를 두르고, 소고기와 양파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볶습니다. 너무 자주 뒤적이지 말고 군데군데 제대로 갈색이 되도록 골고루 익혀주세요.
2. 그 사이에 다른 팬에 버터를 두르고 핫도그 번의 반 가른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올려 노릇하게 굽습니다. 3. 다 익은 소고기와 양파에 프로볼로네 치즈를 넉넉히 넣고 골고루 버무려서 녹으며 한 덩어리가 되면 핫도그 번에 나누어 담습니다. 이대로 먹으면 끝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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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이것은 춘곤증인가 단순한 수면 부족인가? 끊임없이 하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입맛 잃기 쉬운 봄이 다가오고 있죠. 나른하고 입맛이 없다면, ‘밖에서 먹으면 뭐든 맛있다’는 캠퍼의 진리를 떠올려보세요. 모두 떠나야 할 계절!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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