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산책을 하면서 길섶과 풀숲을 들여다본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산책을 하면서 길섶과 풀숲을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금 이 순간 아주 고요하게, 바닥에 딱 붙어서 쑥과 들꽃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번 눈에 띄는 순간 주변에 연한 녹색의 풀들이 널리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요. 아, 봄이 왔구나. 아, 쑥버무리가 먹고 싶구나(?). 언제나 계절의 변화를 뱃속에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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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와 아스파라거스 튀김 튀김은 자고로 길바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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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튀기면 일단 맛있죠. 보글보글 가벼운 튀김옷이 꽃을 피우는 일식 튀김, 맥주와 거품낸 흰자를 섞은 포근한 새우튀김, 찹쌀 반죽이 바삭바삭한 꿔바로우, 채 썬 채소를 잔뜩 섞어서 알록달록 달콤한 채소튀김. 고기 속을 채운 가지튀김.
먹고 싶은 튀김과 좋아하는 튀김 이야기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튀김옷 간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네요! 그에 앞서 오늘은 우선 캠핑에서 튀김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수다를 떨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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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망이 세트인 반합을 개시했습니다. 왕뿌듯!)
튀김은 분명 귀찮은 과정이기는 한데, 그래도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기름에 쩔기 전, 갓 튀긴 튀김만큼 맛있는 것도 없고요. 사소하게는 제 취향에 딱 맞는 것만 튀길 수 있죠.
예를 들어 저는 오징어 튀김을 정.말(엄근진) 좋아하지만 오로지 하얀 몸통 부분만 먹고 싶습니다. 분식집 스타일로 안에 든 오징어의 부위를 구분할 수 없는 튀김은 저에게 거의 랜덤 뽑기나 다름없어요. 오징어 다리는 가능하면 먹고 싶지 않거나, 빨리 먹어치우고 몸통 튀김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요. 그러니 제가 오징어 튀김을 만든다면 몸통만 튀기고 다리는 다른 요리에 사용해서 불만의 요소를 없앨 수 있겠죠. 뭘 골라도 몸통이야! 당첨 확률 100%!
그래서 주기적으로 튀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집에서는 그렇게 자주 하지 않아요. 주변에 기름이 튀면 닦는 것도 번거롭고, 튀김 기름이 함지박만큼 남으면 그걸 처리하는 데에도 한세월이 걸리니까 한 번 하고 나면 좀 학을 뗀다고 할까요. 아이고, 귀찮아서 못 해 먹겠다. 그래서 에어프라이기나 프라이팬에서 굽듯이 튀기는 걸로 대체하다가 쿨타임이 차면 다시 기름을 붓는 거죠.
저처럼 뒤처리가 번거로워서 먹고 싶은 만큼 튀김을 해먹지 못한다! 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캠핑에서 튀김을 꼭 해보길 추천합니다. 일단 길바닥, 아니 야외라서 집 전체에 기름 쩐내가 밸 일이 없고요. 개수대가 잘 되어있는 캠핑장이라면 설거지도 시원시원하게 해치울 수 있죠. 그리고 남은 기름은? 신문지로 잘 흡수시켜 놨다가 화로대에 착화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로 고체 연료 등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토치로 내내 활활 태울 필요도 없어서 간편해요. 이보다 더 효율적인 기름 활용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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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의 캠핑이 딱 이렇게 효율적인 코스였습니다. 봄이 왔고요, 시장에는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저는 두릅이며 아스파라거스, 냉이 등 씹는 맛이 있는 봄나물을 보면 꼭 한 번은 튀기고 싶더라고요. 바삭한 튀김옷 아래로 촉촉한 아스파라거스가 아작, 하고 씹히면서 고소한 향이 배어나옵니다. 그러면 오늘은 이거 먹으려고 캠핑을 왔구나 싶죠.
그리고 남은 기름은 신문지로 싹싹 흡수시켜서 지퍼백에 이중으로 포장했습니다. 전부 다는 아니고요, 저녁은 숯불구이를 할 예정이어서 네다섯 장은 그날 바로 사용했어요. 침니 스타터에 튀김 기름을 빨아들인 신문지 뭉치를 두세 개 깔고, 숯을 올리고, 그 위에 또 신문지 뭉치를 올리고 불을 붙입니다. 그럼 숯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흰색 재가 덮일 때까지 신문지를 자주 갈아주고, 부족하면 살짝만 토치질을 해주는 정도면 충분해요. 이렇게 계산이 딱딱 맞아떨어질 때면 속이 아주 시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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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한 튀김옷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령이 필요합니다. 물 대신 탄산수나 맥주를 사용하면 더 가벼운 질감을 낼 수 있고요. 밀가루의 글루텐이 최소한으로 발생해야 질기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하기 때문에 튀김가루에 수분을 첨가하고 나면 많이 휘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중간 가루가 뭉친 멍울이 남아 있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찬물을 쓰는 등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맛있는 튀김옷이 됩니다.
반죽 농도는 되직할수록 튀김옷이 두꺼워지고, 묽을수록 얇고 가벼워지겠죠. 튀길 재료와 반죽옷이 분리되지 않게 하려면 먼저 밀가루를 가볍게 묻혀서 잘 털어낸 다음 반죽옷을 입히는 것이 좋습니다. 볼이나 비닐봉지에 가루와 함께 넣고 잘 흔들어서 고루 묻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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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완성된 튀김을 먹을 때. 중국집 탕수육처럼 간장에 물과 식초, 고춧가루를 탄 양념간장 등을 곁들여도 좋지만 튀김 자체에 간을 하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아스파라거스를 송송 썰어서 반죽옷을 입히고 노릇노릇하게 튀겼어요. 건져서 철망에 얹어 기름기를 제거합니다. 그리고 아직 따뜻할 때 볼에 넣고요. 소금과 다진 마늘, 레몬 제스트, 파르메잔 치즈, 다진 파슬리를 넣어서 골고루 섞어줍니다.
그럼 아무 딥도 곁들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튀김 한 그릇이 완성됩니다. 봄날의 튀김 답게 향기롭고요. 햄버거에 곁들이는 양념 감자튀김 같은 거죠. 이렇게 아스파라거스 튀김 한 접시를 비웠습니다. 오늘도 역시 쓰다보니 또 먹고 싶어졌고요. 오늘 저녁은 튀김을 해야 할까요. 아, 집에서 만들기는 귀찮은데. 제철의 캠핑장 봄나물 튀김,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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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남이 해주는 음식도 좋고, 화려한 외식도 좋지만, 직접 만든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고 맛있다며 함께 감탄할 때가 가장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맛은 두 배, 뿌듯함은 열 배? 오늘 저녁, 모든 구독자분들에게 식사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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