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요즘 목감기가 유행입니다. 저는 지금 목소리를 잃고 말았어요.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여러분, 요즘 목감기가 유행입니다. 저는 지금 목소리를 잃고 말았어요. 머리카락을 잘라 주면 목소리를 돌려주나? 다행히 코로나는 이니지만, 각종 감기 바이러스가 떠돌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감기에는 내과보다 이비인후과 약이 직빵(?)이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손가락만 놀리면 되니까 목소리가 사라져도 수다를 떨 수 있어서 행복한 캠차레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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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의 ‘밤양갱’ 노래,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죠. 저도 그렇습니다.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요즘 마트에 들어가면 입구 제일 앞에 비비님과 컬래버레이션한 밤양갱이 잔뜩 쌓여 있어요. 볼 때마다 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간만에 항상 양갱이가 있는 집이 되어버렸죠.
지난 캠핑날도 마찬가지였어요. 캠핑을 갈 때는 항상 간식이나 반찬, 식재료를 한 두어 끼니 정도 더 넉넉하게 상정하려고 합니다. 왜냐면, 저의 준비성을 사실 별로 믿지 않거든요. 막상 캠핑을 갔는데 생각했던 음식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을 수도 있죠. 그건 그렇게 문제가 안 돼요. 문제는 제가 끼니 계산을 잘못해서 모두가 배를 곯는 것입니다. 만들고 싶은 요리 하나에 되게 꽂혀서 그것만 생각하다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아침은 뭐야?’ 라는 말을 들으면 멈칫하는 거예요. 아 맞다….
사실 라면을 끓여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가족이라 그럴 경우의 메뉴는 그냥 라면이 되죠. 하지만 어쨌든 가족이, 그리고 내가 배가 고플 때 요리할 것, 주전부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다 챙겼다고 생각해도 집을 둘러보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밀키트 하나, 양파 하나, 식빵 한 통이라도 더 넣습니다. 안 먹으면 다시 가져오면 되지, 하면서요. 캠핑은 보통 매점에서 파는 라면이나 햇반 말고는 ‘내가 가져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해야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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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져갔어요. 양갱이를. 그리고 그날 아침에 라면을 먹었죠(이건 계산된 메뉴였습니다). 그날 점심이자 간식 메뉴는 지난 주에 레터로 보냈던 봄채소 튀김이었어요. 가만히 의자에 반쯤 누워서 냉이를 손질하고 튀김옷을 만드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복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퍼뜩 계시가 내려온 거예요.
도나스가 먹고 싶다.
튀김 기름을 이만큼 쓰는 김에, 갓 튀겨서 시나몬 설탕을 잔뜩 묻힌 수제 도나스를 만들면 어떨까? 저는 캠핑 베이킹을 하잖아요. 그래서 짐에 항상 베이킹 파우더와 베이킹 소다, 인스턴트 이스트가 전부 있습니다… 전자 저울도 법랑 볼도 있고 적외선 온도계도 있고 강력분과 중력분도 항상 있죠. 설탕도 시나몬 파우더도… 캠핑 짐에…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빵을 좀 심하게 사랑할 뿐….
아무튼, 찾아보니 설탕과 버터, 달걀이 들어간 ENRICHED 계열의 도나스 반죽을 할 재료가 모두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팥도나스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팥소만 있었어도 팥도나스를 할텐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양갱이었어요. 저게 바로 팥소가 아니겠습니까? 장하다, 주전부리를 챙겨온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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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나스 반죽을 시작했어요. 캠핑에서 무언가를 반죽할 때는 집에서처럼 넓은 테이블을 마음껏 밀어가면서 치대기 힘들고(캠핑 테이블은 그러기에는 약합니다), 스탠드 믹서를 들고 다닐 수도 없지요. 그럴 때는 내가 스탠드 믹서가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볼에 재료를 넣고 한 손을 수직으로 꽂은 다음 다른 손으로 볼을 돌려가며 반죽을 골고루 하는 것입니다. 장난치는 것 같아서 재밌는데 진짜 글루텐이 생기고 반죽이 되어서 더 신나요. 내가 바로 스탠드 믹서다! 진짜 생각보다 반죽이 잘 됩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매끈해진 반죽에 랩을 씌워서 3시간 발효합니다. 두 배로 부풀면 적당량씩 뜯어서 안에 잘게 썬 양갱이를 넣고 동글동글 빚습니다. 작게 만들어야 속까지 잘 익어요. 저는 반죽 절반 분량은 꽈배기를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꽈배기를 좋아하거든요. 금방 튀겨서 설탕을 묻혀주면 좋아하겠지! 그리고 그대로 10~15분 정도 발효시키는 사이에 튀김 기름 온도를 맞춰줍니다. 170~175도 정도면 적당해요. 적외선 온도계가 없다면 빵조각 같은 걸 하나 넣어서 35초 정도만에 노릇해지면 그게 적당한 온도입니다. (실험 완료. 진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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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은 오븐이 없는 캠핑에서 반죽을 빵처럼 만들어주는 아주 고마운 방법 중에 하납니다. 그리고 오븐에 비해 굉장한 장점이 있다면 무지하게 빨리 익는다는 거예요. 온도만 잘 맞추면 중간에 한 번 뒤집어가면서 한 면당 45초~1분 정도만 튀기면 됩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속까지 익기 전에 타고, 온도가 너무 낮으면 기름을 너무 먹어서 먹기 느끼해지니까 주의해주세요.
익은 도넛은 건져서 잠깐 기름기를 뺐다가 시나몬설탕이나 그냥 설탕을 묻혀서 먹습니다. 꽈배기를 너무 급하게 말아서 도로 다 펼쳐지는 바람에 꽈배기보다는 퉁퉁 부은 입술 도나스처럼 되긴 했는데, 맛은 좋더라고요. 양갱이도 팥소 역할을 톡톡이 해줬습니다! 다음에도 그냥 양갱으로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는 팥도 가끔 악몽을 핑계삼아 한 냄비 삶는 사람이라 팥소를 넣는 날도 많겠지만요.
식사가 맛있게 완성된 날도 기쁘지만, 간식이 맛있게 완성된 날도 즐겁습니다. 생각지 못한 행복이 더해지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갓 만든 음식을 먹고 그 맛을 알 수 있는 것은 요리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사랑을 받는 사람만의 특권이죠! 팥양갱 도나스와 입술 꽈배기, 매우 행복한 캠핑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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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팥양갱 도너츠
재료 드라이 이스트 6g, 우유 120ml, 설탕 25g, 중력분 250g, 소금 2g, 무염버터 40g, 달걀 1개, 양갱, 튀김기름, 여분의 설탕과 시나몬 파우더
만드는 법 1. 우유를 살짝 데워서 이스트를 넣고 5분 정도 둔다. 중력분, 설탕, 소금, 녹인 버터에 우유 이스트 혼합물을 붓고 매끄러운 상태가 될 때까지 반죽한다. 2. 3시간 동안 발효시킨 후 두 배로 부풀면 적당량씩 떼어서 깍둑 썬 양갱을 하나씩 넣고 동글게 빚는다. 꽈배기를 만든다면 길게 빚어서 꽈배기 모양으로 빚는다. 2차 발효를 20분 정도 시킨다. 3. 튀김 기름을 175℃로 가열한다. 도너츠나 꽈배기를 넣고 한 번 뒤집어가면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한 면당 45초~1분 정도 튀긴다. 4. 건져서 철망에 얹어 기름기를 제거한 다음 설탕과 시나몬 파우더를 섞은 시나몬 설탕을 앞뒤로 묻혀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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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비가 자주 오는 봄날입니다. 주말에는 비가 오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이번 레터로 제 캠핑 수다를 처음 보신 분도 꽤 있으신데, 항상 새롭고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도 즐겁고 맛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요.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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