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수요일이 쉬는 날인 주만큼 살만한 날도 없네요! 저는 이 황금 같은 수요일 휴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기 위해 지난 주 금요일에 미리 사전투표를 하고 왔답니다. 구독자님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봄날을 만끽하는 즐거운 휴일이 되시길 바랄게요. 오늘의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입맛 따라 커스터마이즈 아히요의 가능성
맛있는 아히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이번 봄은 유난히 아름답지 않나요? 계속 일정이 있어서 캠핑에 가지 못하고 대신 2주일 연속으로 일요일마다 한강에 피크닉을 다녀왔거든요. 그 전 주에는 아 이제 곧 벚꽃이 피겠다, 싶더니 주중에 하루가 다르게 봄꽃이 만개하고, 지난 주말에는 서울 곳곳이 전부 아름답게 물든 느낌이었어요. 틈만 나면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벚꽃이 핀 이후로는 전혀 내리지 않고, 날씨도 화창해서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핑크빛이 돋보이고. 이래저래 꽃놀이를 하기에 정말 좋은 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 가는 캠핑장은 강둑을 따라 벚나무가 늘어서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도심이 아니라고 해도 벚꽃은 다 졌겠죠? 하지만 막 피어나기 시작한 새순과 이파리의 연두색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어느 쪽이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캠차레터에는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 있겠죠.
아무튼,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음식은 아히요입니다. 보통 감바스 알 아히요라는 새우와 마늘, 고추를 올리브 오일에 천천히 익혀 먹는 음식으로 익숙하지요. 여러 모로 캠핑에서 먹기 참 좋은 음식입니다. 잔잔한 모닥불 사이로 둘러 앉아서 야금야금 술안주로 먹기에도 좋고요. 불을 피운 김에 먼저 하나 만들어서 애피타이저로 먹기에도 좋고요. 손질하기 편한 상태이기만 하면 칼을 전혀 쓰지 않고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보기에도 예쁘고, 마늘 향이 폴폴 풍겨서 맛있죠. 여기에 또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취향에 따라 완전 비건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내 맘대로 아히요
아히요의 기본 요소는 올리브 오일과 마늘입니다. 보통 여기에 마른 고추도 약간 들어가죠. 그 외에는 무엇이든 원하는 재료라면 마음대로 넣어도 좋습니다. 감바스 알 아히요의 감바스가 바로 새우라는 뜻이예요. 아히요는 마늘이고요. 그러니까 따뜻한 마늘 오일에 익혀 먹고 싶은 재료를 넣은 다음 감바스 대신 그 재료의 이름을 붙이면 되겠습니다. 문어 아히요, 버섯 아히요, 뭐 그런 거죠. 스페인어로 붙이면 더 멋지겠지만 아직 여기까지가 저의 한계입니다.
그래서, 아히요에는 어떤 식재료가 어울릴 것인가? 우선 새우처럼 수산물 종류는 대체로 잘 어울리고 보기에도 예쁩니다. 관자, 오징어, 문어 등이죠. 생각보다 짙은 색으로 익어가는 문어가 질그릇 속에서 멋진 자태를 보여줍니다. 오일 온도에만 주의하면 천천히 익으면서 아주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기도 해요. 제가 여기서 해먹은 아히요는 굴 아히요였습니다. 물기를 싹 제거한 굴을 딱 부드러울 정도로만 익혀서 바게트에 얹어 먹었거든요. 질긴 부분 한 점 없이 마시듯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수산물을 전혀 넣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하는 양송이 버섯과 미니 새송이버섯이 아히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세요? 마늘과도 환상 궁합입니다. 완두콩, 아스파라거스, 강낭콩… 감자와 연근 같은 뿌리채소 종류도 아작아작하니 매력적인 맛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런 전분 채소 종류는 빨리 익지 않으니 초벌로 익힌 다음 넣는 것이 좋겠죠.
그 외에도 연어, 치즈, 토마토 등 원하는 재료라면 뭐든 넣어서 익혀보세요. 말린 고추 대신 허브도 다양하게 사용해보세요. 나만의 조합을 찾아보기 아주 좋은 메뉴입니다.
맛있는 아히요 만드는 법
좋아하는 식재료를 골랐다면 실패하지 않는 맛있는 아히요를 만들어야겠죠. 우선 아히요는 무쇠팬이나 질그릇처럼 묵직하고 두꺼운 팬 종류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도가 화르륵 올라갔다 떨어지지 않고 낮은 온도를 천천히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거든요. 기름은 200도 넘게 뜨거워질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시죠. 하지만 아히요는 절대 보글보글 끓거나 튀기지 않고 낮은 온도의 오일에서 천천히 부드럽게 콩피를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고 잘 떨어지지 않는 팬을 고르고 약한 불을 유지해주세요.
그리고 들어가는 재료는 미리 손질해둡니다. 질긴 껍질은 제거하고, 너무 딱딱해서 익기까지 오래 걸리는 채소는 미리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등 살짝 익혀두는 것이 좋아요. 어떻게 밑손질을 하든 오일에 넣기 전에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마늘은 통마늘보다 살짝 으깨거나 슬라이스를 하는 것이 풍미가 더 빨리 배어나옵니다. 하지만 다진 마늘을 넣으면 타기 쉬우니 주의해주세요.
사용하는 오일은? 가열할 용도이니 퓨어 올리브 오일이 가장 적당합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쓰고 싶다면 불을 끄고 나서 살짝 두르는 정도로 풍미를 가미하면 충분해요. 어차피 뜨거우면 향도 풍미도 사라지고 쓴맛이 나거든요. 또한 소금은 오일에 잘 녹지 않으니 재료마다 미리 밑간을 해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은 아히요는?
아무리 맛있는 아히요라도, 바게트로 오일을 열심히 찍어서 먹어 치워도 남을 수 있죠. 남은 아히요는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이삼 일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다시 살짝 데워서 먹으면 되겠죠. 마늘과 첨가한 재료의 향이 배어 있는 아히요 오일은 삶은 파스타에 버무리면 마늘 오일 파스타가 되기도 합니다. 솥밥에 풍미를 가미하는 용도로 쓸 수도 있어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아주 깔끔한 음식입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볕을 맞이하면 따뜻한 기운에 방심하기 쉽죠. 그러면 어떻게 된다? 저처럼 벌써부터 팔에 애플워치 자국이 남게 됩니다. 외부 활동을 하실 때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시고요, 즐거운 봄날을 만끽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