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불구덩이에 뛰어든 참나무 숯의 사악한 표정이 보이시나요?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불구덩이에 뛰어든 참나무 숯의 사악한 표정이 보이시나요? 지난 주에 발행한 함양파구이를 위해 장작과 숯을 세팅했더니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숯 하나가 저런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지옥에서도 돌아올 것 같은 기백이 엿보였습니다. 너는 좋은 숯불이었다…! 오늘도 놀러가고 싶어하는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
|
제 고향은 부산, 그 중에서도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해운대입니다. 정작 거기에 살 때는 사람이 많다고 잘 나가지 않았는데 고향을 떠나고 나니 바닷가와 특히 동백섬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요. 동백이 피어나는 삼사월이 되면 부산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지금 손꼽아 기다리는 건 청량리와 해운대를 잇는 KTX 노선의 개통입니다. 그것만 뚫리면 밥 먹듯이 주말마다 내려가리라! 내년이면 기대할 수 있겠죠?
여기서 고향 이야기를 한 것은 제가 만두를 한 번도 빚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밑밥을 깔기 위함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만두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닌데, 보통은 중부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명절에 만두를 빚고 떡만두국이나 만두국을 먹는다고 해요. 다진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음식은 잘 상하니까요. 부산이 얼마나 따뜻한지 감이 오지 않으신다면, 저는 20년간 부산에 살면서 고드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요. 눈이 내리는 것은 두 번 봤는데 그 중 한 번은 2cm가 내리고 교통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실화라는 거.
그래서 저는 한 번도 만두를 빚어보지 못하고 컸습니다. 어머니는 실향민 아버지를 두고 커서 이북식 입맛을 지니고 있는데 만두를 빚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저에게 만두는 사 먹는 것이었는데, 가끔 이모네에 놀러가면 직접 빚은 만두를 먹을 수 있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
|
그런데 이번 캠핑에 가서 왜 만두를 빚었는가? 그건 타코야끼 팬을 이용하면 예쁘게 반달 모양으로 빚는 재주가 없어도 딤섬처럼 활짝 열린 오픈형 만두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는 이야기죠.
타코야끼팬은 예전에 캠차레터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데, 타코야끼도 만들 수 있지만 동글동글 누룽지로 둘러싸인 겉바속촉 볶음밥 공을 만들 수도 있고 팬케이크 공 디저트도 만들 수 있습니다. 캠핑에서 특별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내기에 제격이죠! 프라이팬과 구이바다용팬으로 각각 구입할 수 있는데, 코베아 구이바다에는 지라프 타코야끼틀이 호환됩니다. 제가 쓰는 것도 이 구성이예요. 집에서 쓰는 용도로 프라이팬 종류를 알아보신다면 꼭 코팅이 된 것을 고르는 걸 추천합니다. |
|
|
타코야끼팬 만두는 일단 만두 속만 만들면 정말 간단합니다. 그리고 제 레시피는 만두 속 만드는 것도 간단합니다. 제가 만두를 빚을 거라고 하니까 강원도 출신이라 손만두에 익숙한 파트너가 속 만드는 거 손 많이 간다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손 많이 갈 부분이 없어서 혼자 고민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두부 물도 짜야하고… 숙주도 데쳐서 짜서 썰어야 하고…’ 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저는 말했지요. 두부 안 넣는데. 숙주도 안 넣는데.
기본적으로 두부와 김치와 채소 등을 짜고 다지는 과정이 들어가면 복잡하고 어렵죠. 물론 여기에 절인 배추를 짜고 썰어서 넣으면 조금 더 촉촉해지기는 합니다. 익숙한 분이라면 그런 식으로 채소를 추가하는 것도 추천드릴게요. 저는 최대한 간단하게 다져서 섞기만 하는, 하지만 맛있는 레시피로 준비했습니다.
기본은 다진 돼지고기이고요, 여기에 새우살을 다져서 넣습니다. 그리고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 송송 썬 부추를 잔뜩 넣어요. 간은 소금과 간장과 피시소스로 합니다. 잘 치대서 한 덩어리가 되면 끝납니다. 너무 간단하죠! 참고로 만두 속의 간은 조금 떼어내서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꼬르동 블루에 다닐 때 포피예트를 만드는 것이 중급 과정의 시험이었는데, 쿠킹 포일을 조금 뜯어서 철판 위에 구운 다음 맛을 봤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제 만두 속은 사실 정통 만두보다는 포피예트 같은 쪽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다진 고기로 만들고 맛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
|
|
만두피는 시판 기본 사이즈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주세요. 그러면 타코야끼 틀에 쏙 들어가면서 꽃잎처럼 위쪽은 올라오는 정도의 크기가 됩니다. 손바닥에 만두피를 한 장 올리고, 만두 속을 적당량 얹고, 손을 컵 모양으로 구부리면서 만두 속이 그 안에 쏙 들어가고 가장자리는 꽃잎처럼 모이는 딤섬 모양으로 만들어주세요. 쟁반에 올리고 나머지 만두 모양을 잡으면 됩니다.
이렇게 윗면이 벌어진 딤섬 모양의 만두를 구우려면 뒤집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속까지, 윗면까지 고르게 익힐 수 있을까요? 반찐반굽 방식으로 익히면 됩니다. 타코야끼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조금씩 둘러주세요. 그리고 빚은 만두를 한 구에 하나씩 집어넣습니다. 이때 손이 데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그리고 바닥이 조금 노릇해질 정도로 구워지면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사방에 조금씩 부어주세요. 벌어진 만두 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글지글 끓도록 조금조금씩 부은 다음에 뚜껑을 닫고, 10분 정도 찌듯이 익힙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남은 수분을 완전히 날리면 바닥은 노릇노릇하고 윗면은 뾰족한 만두피 끝까지 완전히 말랑하게 익은 동글만두가 완성됩니다. 요 팬째로 차리면 젓가락으로 쏙쏙 집어먹기 정말 좋아요! 만들기도 재미있고 먹기도 재미있는 타코야끼팬 만두였습니다. |
|
|
타코야키팬 만두
재료(20개 분량) 만두피 20장, 다진 돼지고기 300g, 다진 새우살 100~150g, 부추, 생강, 마늘 적당량씩, 소금, 간장, 피시소스
만드는 법 1. 부추는 송송 썰고 생강과 마늘은 곱게 다진다. 2. 다진 돼지고기에 새우살과 부추, 생강, 마늘을 넣는다. 소금과 간장, 피시소스로 간을 한 다음 잘 치대어 섞는다. (필요하면 소량을 팬에 구워서 간이 맞는지 확인한다.) 3. 만두피를 사각형으로 자른다. 가운데에 만두소를 넣고 손바닥을 오므려 딤섬 모양으로 빚는다. 4. 타코야끼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두른다. 5. 딤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하나씩 넣는다. 6. 바닥이 바삭하게 구워지면 물을 만두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서 조금씩 붓는다. 7. 뚜껑을 닫고 10분간 찌듯이 익힌다. |
|
|
만두피는 50장씩 파니까 만들고 남은 것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이 만두 속 반죽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저 영상의 분량은 기재한 레시피의 두 배입니다. 남아있었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만두를 10분간 찌는 동안 혼자 만두 빚기를 연습해봤어요. 어떻게 하면 주름을 잘 잡을 수 있는지 그동안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해봤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두 가지 방식이 있었는데 두 번째가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재미있었다는 겁니다. 왜 다들 본능적으로 소꿉놀이를 하겠어요.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죠. 그래서 지금 제 냉장고에는 남은 만두피와 새로 구입한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있습니다. 연습도 할 겸 자주 빚어보고 싶어졌거든요. 만두를 빚으며 자란 제 어머니는 집에서 만두를 빚지 않으셨는데, 정작 제가 알아서 만두 빚는 전통을 계승하게 생겼습니다. 이게 격세유전인가(?). 물론 제 어머니는 시집와서 없던 제사도 만들어 지내고 송편을 빚는 관습을 만드셨으니 유전이라면 유전일지도 모르겠네요. |
|
|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원래 매주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캠차레터가 이번 주는 수요일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닳아버린 문제 때문이었는데, 체력 관리에 본격적으로 힘써서 제 날짜에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6월의 5km 마라톤도 하나 신청했거든요. 놀기에도 체력이 필요하고, 캠핑 요리에도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모두 건강한 한 주를 지내시길 바라면서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옵니다. 감사합니다!
|
|
|
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뉴스레터란?
캠차레터는 캠핑카로 캠핑을 떠나는 푸드 에디터가 철저한 테스트를 통한 캠핑 요리와 캠핑, 캠핑카 이야기를 전하는 캠핑 전문 뉴스레터입니다. (‘캠’이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세요)
다양한 협업과 제휴 제안을 모두 환영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