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금요일이 저희 집 어린이의 첫! 초등학교 운동회여서 주3일만 근무하고 운동회를 신나게 구경한 다음 속초 해수욕장으로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는 거북이와 코요테의 노래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저희는 엄청 신났는데 아이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의 캠차레터에서는 속초 영랑호리조트에 막 오픈한 20층 스타벅스의 경관, 그리고 죽순을 삶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스타트!
일년 치 갈무리 생죽순 삶는 봄
일년 내내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도 많고 그런 현대 문물이 우리를 구해준 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더더욱 제철에만 잠시 잠깐 날것으로 구할 수 있는 농산물이 귀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늦겨울에서 낮에만 아주 잠깐 따스한 초초봄, 아직 추운데 피어나는 매화가 신기한 초봄, 슬슬 꽃샘추위가 줄어드는 벚꽃철 등 이렇게 짧게 바통을 주고받는 몇 주간의 봄에도 여러 제철 채소가 나왔다가 들어갑니다. 하나하나 따라잡으려면 참 바쁘기 그지 없죠. 그게 계절을 살아가는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 전 캠핑에는 두릅을 잔뜩 가져가서 데쳐 먹고 튀겨 먹었죠. 그리고 보름 뒤에는 칼솟을 가져가서 잔뜩 태워 먹었습니다. (그 릴스는 인스타에서 2.7만 조회수를 기록했어요. 다들 불장난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저번 주의 캠핑은 제가 봄만 되면 이제 나오나 저제 나오나 안절부절 못하면서 계속 검색하는 애정해 마지않는 채소, 죽순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추억이 있어서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동경하던 것이라 좋아하는 음식도 있죠. 저에게는 죽순이 동경하던 채소였습니다. 어릴 때는 한 번도 생죽순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죽순이란 드물게 통조림으로 팔거나 류산슬에 들어가서 아작아작 씹히는 무언가 정도의 존재였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고즈넉한 대나무밭에서 고개를 내밀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는 이야기를 전설처럼 전해 듣기만 했어요. 생죽순은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봤다는 이야기죠.
그러다 음식 잡지에 에디터로 입사해서 봄철마다 생죽순을 손질하시는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전해 듣게 되었어요. 그때까지는 주로 지인이 죽순철이 되면 보내준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뭐든 스마트스토어에서 온라인 발품을 팔아 가장 신선하게 구할 수 있는 시절이 되었죠. 발굴해주는 분도 많고요.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봄에도 사실 3월 초부터 생죽순을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성격이 좀 급합니다. 서양에서는 아스파라거스와 산나물이 봄을 알리는 전령이라죠. 우리나라에서 나뭇가지에 물이 차올랐음을 알리는 두릅이 시장이 나오면 그때부터 같은 ‘순’이라는 생각에 생죽순, 맹죽순을 이삼 일에 한 번씩 검색합니다. 원래 죽순은 4월 중순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걸 아는데도 그래요. 죽순을 만나야 봄의 채소 갈무리가 끝난 것 같거든요.
생죽순은 딱 4월 중순에서 5월, 길면 6월 초순까지 짧은 기간 동안만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이때 신선하게 보존한 냉동이나 진공 포장 제품으로 구입하게 됩니다. 통조림도 그렇지만 냉동 보관도 잘 되는 편이라 우리도 지금 사서 삶아두면 냉동해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습니다. 아주 다행입니다. 왜냐면 최소 구입 수량이 10kg이거든요! 그러면 촉촉한 대나무숲에서 방금 따온 듯한 서늘한 냉기와 숲향을 풍기는 죽순이 8~9대 정도 들어 있습니다.
일단 받고 나면 그 부피에 살짝 압도되게 돼요. 그리고 껍질부터 밑동까지 반 이상을 버리게 되기 때문에 손질하고 나면 남는 양이 4kg 정도 되거든요. 물론 그래도 일년 먹기에는 나무랄 데가 없는 양이지만 살짝 허무해지는 것도 사실이라 그 다음 해는 그냥 손질한 걸로 그때그때 사 먹지 뭐,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힘들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순화가 되더라고요. 다음 해면 까먹고 또 죽순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게 올해였어요.
막 자라기 시작해 작고 어린 맹죽순을 10kg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 돌봄선생님께 한 번 드셔보시겠는지 여쭤보고 두 개를 나눠드렸어요. 그리고 이고 지고 캠핑장으로 떠났습니다. 잔털이 잘 떨어지기 때문에 아예 밖에서 손질하는 것이 속이 편해요. 손을 벨 일은 잘 없는데, 손끝이 까매지기는 합니다. 그러니 공간 넓고 바람이 솔솔 부는 캠핑장만큼 속 편한 장소도 없죠! 잔뜩 펼쳐놓고 손질한 다음 쓱쓱 씻으면 끝이니까요.
손질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껍질을 한 장 한 장 벗겨내주세요. 그러면 아주아주 큰 대나무로 자라날 순이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집니다. 얇은 껍질이 한 장씩 사라질 때마다 아래쪽에 계단이 하나씩 생겨요.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속살이 야들야들 뽀득뽀득해지고요. 모두 벗겨내고 나면 매끈한 죽순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랫부분도 오랫동안(2배 정도) 삶으면 아삭아삭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 식감은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너무 딱딱한 부분은 2~3cm 정도 잘라내요.
그리고 반으로 뚝 자르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 너무너무 예쁘지 않나요! 이 공간 하나 하나가 길쭉한 대나무의 마디가 되겠죠. 그렇게 단단한 대나무가 갓 태어난 순일 때는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다니. 과연 지속 가능한 재료의 대명사다운 활용도입니다.
하지만 죽순은 완전히 날것으로는 먹을 수 없어요. 씹기 어렵기도 하고 아린 맛이 강합니다.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다음에 냉동 보관하면 두고 두고 먹기 좋지요. 보통 죽순을 삶을 때는 쌀뜨물에 삶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쌀의 쌀겨 성분이 죽순의 아린 맛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현미처럼 쌀겨 성분이 남아 있는 생쌀을 그냥 넣어서 삶아도 효과가 있어요. 저는 쌀뜨물 대신 생쌀을 한 줌 넣어서 삶습니다. 죽순을 여러 번에 나누어 삶다가 한 번 쌀을 넣는 것을 깜박한 적이 있는데, 딱 그 냄비의 죽순만 아리고 쓴 맛이 강렬했어요. 쌀겨의 효과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반드시 생쌀 넣기는 까먹지 않아요.
그리고 집에서 생죽순을 삶아보면 느끼실 거예요. 어디선가 옥수수 익어가는 냄새가 나는데? 실제로 옥수수를 삶을 때에 비하면 단 냄새는 약하지만 확실히, 옥수수 속대와 유사한 향이 널리널리 퍼집니다. 행복한 기다림의 냄새예요. 아래쪽에 꼬챙이가 쑥 들어갈 때까지 삶은 다음 그 물에 그대로 담가서 완전히 식히면 아린 맛이 더 잘 빠집니다. 참고로 쌀 없이 삶아서 물에 충분히 담가두어도 아린맛이 빠진다는 제보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제 쌀겨나 생쌀을 같이 넣고 삶았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커서 대나무의 마디가 될 죽순의 속 모양이 생각나시죠. 저기에 푹 삶아진 쌀이 온통 박혀있습니다 ㅋㅋㅋㅋ 죽순이 부드러워졌다고 뭉개질 정도로 약하지는 않으니 흐르는 물에 씻으면 해결됩니다. 다만 좀 웃기죠. 쌀은 한 줌만 넣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방에 박혀 있는가 싶고요.
이렇게 삶은 죽순은 죽순회처럼 초장에 먹어도 좋고 피망잡채나 류산슬처럼 중국 요리에 쓰기에도 좋고요, 잡채나 그냥 볶음 요리에 추가하면 아삭아삭한 매력적인 질감을 더해줍니다. 저는 간장과 미림으로 간을 해서 생강과 함께 죽순 솥밥을 만들었어요. 밥이 다 지어진 다음에 송송 썰어서 섞으면 한 입마다 죽순이 아작아작 씹힙니다.
숯불에도 구워봤는데, 껍질째 구운 녀석이 역시 보기에는 최고였습니다. 그슬린 껍질이란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요? 하지만 한 입 먹어서 비교해보니 역시 쌀겨와 함께 삶지 않은 죽순은 쓰고 아리더라고요. 야성적이라면 야성적인데, 잘 손질해서 삶은 죽순의 부드러운 매력과는 비교하기 힘듭니다. 죽순은 일단 쌀(겨)과 함께 푹 삶아서 먹기! 제철일 때 꼭 한 번 삶아보기! 추천합니다.
360도 영랑호의 풍광 스타벅스 영랑호리조트점
이번에 찾아간 캠핑장은 속초 해수욕장의 국민여가캠핑장. 입실 시간인 2시가 되기 전에 어디 카페라도 갈까 싶어 검색해보니 4월 29일에 스타벅스 영랑호리조트점이 오픈했더라고요. 무려 영랑호리조트의 20층에! 궁금해서 찾아가보니 세상에, 절경도 이런 절경이 없었습니다.
영랑호와 동해, 그리고 속초의 풍경을 360도로 돌아보면서 감상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내려다봐도 질리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명당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얌전히 커피를 마시고 캠핑장으로 향했지만요. 여기에서만 판매하는, 그리고 푸른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칵테일 음료도 여럿 준비되어 있으니 꼭 찾아가보세요.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하고 싶은 말은 많고, 다 풀기엔 지면이 짧고.... 물론 지면에 제한은 없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어주실 것 같다는 정도로 자제는 해야하니까요... 아예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즐거운 주4일이 이어지네요. 재미있고 활기찬 주말을 기다리면서 한 주를 보람차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