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서 가장 자주 먹고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뭐냐고 한다면 솔직히, 라면입니다.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원래 화요일에 발송하기로 되어 있는 캠차레터가 하루 늦게 오늘 찾아오게 되었어요. 제가 지난 주부터 어제(화)까지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여행에서 접한 이런저런 음식도 캠핑 요리로 만들어서 앞으로 소개해볼까 해요. 제시간에 찾아오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그럼 이번 주 뉴스레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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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RECIPE 소신 발언: 캠핑은 라면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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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주일 내내 출근한 상태로도 이번 캠핑에서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온갖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안달복달하지만, 캠핑에서 가장 자주 먹고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뭐냐고 한다면 솔직히, 라면입니다.
애매한 시간에 캠핑장에 도착해서 당장 무엇이든 먹을 것을 가족의 입에 집어넣어야 할 때, 식사에 국물이 필요한데 찌개를 끓이기는 귀찮을 때, 그냥 아무거나 먹고 푹 쉬고 싶을 때. 언제든 그 간편함과 대비되는 보장된 맛은 휴식이 간절한 캠퍼를 도와주는 구세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일단 캠핑은 한 번에 한 끼만 먹는 여정이 아니잖아요. 아침, 점심, 간식, 저녁, 야식까지 언제든 한 번은 라면을 먹게 됩니다. 비상 식량이자 필수 식량이라고 할 수 있죠!
제일 자주 끓이는 라면은 순수한 국물 봉지라면(우리 집 픽은 진라면 순한맛과 스낵면)이지만, 가끔은 이것저것 투하해서 색다른 라면을 만들기도 합니다. 새로운 라면 레시피 만들기만큼 재밌고 관심 가는 일도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제가 캠핑에서 제일 맛있게 그리고 제일 신나게 만들었던 라면 어레인지 레시피를 소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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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얌 라면
날씨가 더워질수록 생각나는 태국 요리. 여름에 열대 과일이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매콤새콤한 국물이 중독적인 톰얌쿵은 저에게 항상 돌아서면 생각나곤 하는 음식입니다. 일본에서 톰얌쿵 컵라면이 나왔을 때는 홀린 듯이 몇 개씩 사먹고 해외 직구로 주문하곤 했어요.
이 톰얌쿵도 몇몇 향신료만 갖춰두면 아무 때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라면과 함께라면? 육수를 낼 필요가 없으니 이보다 더 쉬울 수 없고, 토핑도 푸짐한데 면까지 들어가니 한끼 식사로 더할 나위가 없는 메뉴가 됩니다.
그래서 딱 1인분 라면을 끓이기 좋은 사각 반합을 이용해서 만드는 톰얌 라면 레시피를 완성해봤어요! 레시피를 만든다는 핑계로 혼자 점심을 여러 번 라면으로 때웠는데, 그럴수록 아 요것만 넣으면 일단 톰얌 맛이 나는구나. 요거는 빼도 되겠구나. 요거는 요거로 대체할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아니 정말, 생각보다 필요한 게 별 거 없어요. 톰얌 페이스트 없어도 됨. 내가 톰얌쿵을 좋아한다? 신맛이 취향이다? 라면을 좋아한다? 그럼 진짜 꼭 만들어보세요. 만들고 후기를 알려주세요, 함께 공감해요! 진짜 간단하고 맛있고 중독적입니다, 톰얌 라면(강조)!
1. (최소한의 재료) 레몬그라스와 라임(즙)을 산다. (레몬그라스는 냉동 보관이 잘 된다. 남은 것 활용법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름 전에!) 2. 물에 라면 스프, 레몬그라스와 갈랑갈(또는 생강), 카피르 라임 잎(없어도 됨), 말린 고추를 넣는다. 3. 끓으면 라면과 버섯, 새우(취향에 따라 넣고 싶은 거 넣기)를 넣는다. 4. 라임 즙과 피시 소스(액젓 대체 가능), 설탕을 넣는다. 끝!
진짜 다들 만들어보시면 좋겠다(간절)(왜 궁서체 없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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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꽃게탕 라면
캠핑의 신기한 점 중 하나는 집에서는 뒤처리가 귀찮아서 잘 먹지 않게 되는 식재료도 기꺼이 요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린내가 나거나 쓰레기를 배출하는 날까지 묵혀야 하거나 쓰레기 봉지를 뚫어서 물이 뚝뚝 떨어질 위험이 있는 해산물이 주로 여기 해당됩니다. 새우도 조개도 게도 생선도 집에서는 좋아하는 만큼 자주 요리하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캠핑에서는 특별한 요리를 먹고 싶기도 하고, 뒤처리에 대한 부담감도 덜하고, 비린내가 곳곳에 밸 걱정도 없으니 자유롭게 식재료를 선택하게 됩니다. 신선하게 가져가는 것만 걱정하면 되는 문제니까요. 키조개구이도 싱가포르 크랩 요리도, 그리고 꽃게 라면도 그렇게 캠핑에서만 열심히 만드는 요리가 되었습니다. (캠핑날로 미루고 집에서는 더더욱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꽃게 라면! 저번 뉴스레터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우묵한 그리들에서 끓이는 라면이 로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우묵 그리들을 손에 넣자마자 꽃게 라면을 준비했어요. 라면 스프를 70%만 넣고 된장을 풀고 나박나박 썬 무와 대파를 넣어서 꽃게탕 느낌으로 끓이는 라면이죠.
일단 그리들에 물을 붓고 끓인 다음 무와 대파, 라면 스프, 된장을 넣습니다. 끓으면 손질해서 4등분한 꽃게를 넣고 거의 익을 때까지 끓입니다. 라면을 넣고 익으면 완성! 다만 저는 라면을 넣으려고 보니 그리들이 넘치기 일보 직전이더라고요. 그래서 꽃게를 잠시 건져 놓고 라면을 국물에 넣어서 끓인 다음 그 위에 꽃게를 다시 얹었습니다. 그래도 그리들 라면에 대한 로망은 놓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에도 그리들에 끓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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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격 일본 라멘
저는 정구지에 새우젓을 듬뿍 넣은 돼지국밥을 사랑하는 해운대 출신 부산러로서, 돈코츠 라멘도 매우 좋아합니다. 누린내가 나면 ‘오히려 좋아’인 사람인 거죠. 일본에서 컵라면을 살 때도 주로 돈코츠 계열을 골라서 사곤 합니다. 그리고 저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후쿠오카에 본점이 있는 이치란의 봉지라면을 사서 왔어요. 독서실 같은 1인석에 점원과 눈을 마주칠 필요도 없이 양념을 취향대로 커스텀한 돈코츠 라멘을 먹을 수 있는 바로 그 곳, 이치란입니다.
그리고 이왕 돈코츠 라멘을 사온 거, 차슈까지 제대로 얹은 라멘을 먹고 싶었어요. 짭짤 달콤한 양념에 살짝 졸여서 지방이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그런 차슈랑 그 차슈 국물에 살짝 절인 반숙 달걀을 올린 일본 라멘을요. 그래서 전날 밤에 도착해 토요일 아침을 캠핑장에서 시작한 날, 아침을 먹고 정리한 후부터 차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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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슈는 일단 부드럽게 수육을 만든 다음 그 국물을 일부 덜어서 양념을 하고 다시 삶으면 완성됩니다. 돌돌 말고 묶고 자시고 하기는 귀찮아서 그냥 수육용 삼겹살 덩어리를 사용했어요. 삼겹살에 대파랑 물만 넣고 속까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약한 불에 내버려두세요. 대파를 제거하고 물을 삼겹살이 잠길 만큼만 남기고 따라낸 다음 통마늘과 편으로 썬 생강을 두세 개씩 넣고 간장과 맛술, 설탕을 한 국자씩 넣어줍니다. 높이에 따라 물을 보충한 다음 유산지로 뚜껑을 만들어서 1시간 정도 더 뭉근하게 익도록 내버려둡니다. 식힌 다음 저미면 끝인데, 저미고 나서 살짝 굽거나 토치질을 해주면 불향이 살아나요.
라멘용 맛달걀은 반숙으로 삶은 다음 껍질을 벗기고 차슈를 삶은 국물에 15~30분 정도 재우면 됩니다. 참고로 오래 재울수록 짭니다. 라면을 끓여서 그릇에 담고 송송 썬 파와 차슈, 맛달걀을 얹으면 끝! 이렇게 쓰니까 엄청 복잡해 보이는데, 사실 불에 올리고 내버려둔다 혹은 담가둔다의 반복이라 재료 손질 후에는 별로 할 일이 없어요. 오후 내내 잠깐잠깐 들여다보면서 느긋하게 쉬다가 저녁에 제대로 된 라멘을 먹을 수 있는 효율 좋은 메뉴입니다.
(공약: 제대로 된 차슈 레시피는 다음 레터 전에 블로그에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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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이 레터를 쓰기 시작하며 세운 목표는 '아 오늘 점심(저녁)에는 라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성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런 라면이 좋던데, 이런 요상한 라면도 가능하지 않을까? 떠오른 것이 있다면 요기서 알려주세요! 아이디어 실명제로 레시피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까지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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