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중에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지만, 여행을 떠나거나 캠핑을 가면 모든 끼니가 재미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 느껴지시나요, 아침의 햇살이?
안녕하세요! 즐거운 랜선캠핑을 선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푸드 캠퍼 정연주입니다. 여러분은 아침을 어떻게 드시나요? 저는 주중에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지만, 여행을 떠나거나 캠핑을 가면 모든 끼니가 재미있어서 놓치고 싶지 않은 타입입니다. 아침밥에는 아침밥만의 매력이 있죠! 캠핑의 아침에도 그만의 매력이 있고요. 오늘은 오길 잘 했다 싶은 최초의 순간인 캠핑날의 아침 기록을 전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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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FAST IN CAMPING 캠핑장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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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만약에 혹시라도 제 미식여행 에세이 <온갖 날의 미식 여행>을 읽어 보신 분이 있다면 기억하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가능하면 여행을 가기 전날부터 출발하는 타입입니다.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라는 농담이 있잖아요. 저는 진짜 전날부터 갑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기 전날에 공항 근처에 가서 자거든요. 전날 공식 일정이 끝나고 나면 머릿속에 여행 밖에 남지 않는데, 그럴 바에는 일단 출발하고 보자. 이런 식의 논리 전개인 거죠.
그런 습성은 캠핑을 시작한 후에도 여지없이 적용되었습니다. 토요일 캠핑장을 예약하면 보통 입실 시간은 1~2시 정도거든요. 하지만 저는 가능하면 전날 미리 도착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일상 탈출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요. 그래서 가평 인근의 캠핑장은 금토를 연박으로 예약해서 금요일 퇴근 후에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물론 전날 같은 자리에 묵은 사람이 없다면 일찍 오는 정도는 허용해주는 캠핑장도 많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아침엔 차가 너무 막혀요.)
솔직히 피로에 잔뜩 쩐 당일 저녁에는 아 피곤하다, 캠핑 괜히 왔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전날 출발의 백미는 다음 날 아침에 알게 됩니다. 해가 다 진 후에 도착해서 대충 짐만 내려놓고, 저녁은 포장해온 배달 음식으로 때우고, 풀썩 쓰러져서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후 잠이 덜 깬 눈으로 캠핑카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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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주말을 축하하는 듯한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던 자라섬 캠핑장의 아침, 아래는 작년 가을 영월 캠핑장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기슭 풍경입니다.
아직 잠이 덜 깨서 말랑말랑 따끈한 두뇌에 저런 일상 탈출의 증거와 같은 풍경이 딱 와서 박히면 캠핑을 왔다는 실감이 나요. 그리고 후드를 눌러쓴 채로 문을 열고 나와 물을 사러 저벅저벅 걸어가며 생각하는 거죠. 눈 뜨자 5분만에 느끼는 아침 공기, 이름이 궁금한 새 소리, 갓 돋아나서 물방울이 묻으면 도르르 굴러 떨어지는 연둣빛 새순. 캠핑은 아침부터 행복하구나… 피곤을 물리치고 어제 오길 잘했구나… 주중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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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을 준비합니다. 저는 주중에는 아침을 먹느니 잠을 선택하지만, 사실 호텔 조식도 브런치도 전부 좋아합니다. 아침밥과 브런치의 메뉴는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빵을 줘도 좋고, 죽을 줘도 좋고, 노랗고 몽실몽실하게 익혀낸 오믈렛은 물론이고, 과일에 그래놀라도 정말 맛있죠. 잉글리시 머핀에 수란을 얹은 에그 베네딕트, 푸딩처럼 천천히 구운 프렌치 토스트… 가끔은 삼시 세끼를 브런치로만 먹고 싶을 정도예요. 그 중에 최고봉은 역시 프렌치 토스트인데, 너무나 최애 메뉴인 고로 이 분은 다음 기회에 단독적으로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하나 더 만들고 싶은 레시피가 있거든요! 다음 캠핑을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추천하는 캠핑날의 아침 메뉴는 총 3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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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앙버터 토스트
초간단한 아침밥은 뭐니뭐니해도 토스트죠. 앙버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팥소를 가져가서 앙버터 토스트를 만들어보세요. 저는 전날 화목난로를 피울 때 냄비를 얹어 놓고 단팥죽을 쒔어요. 그냥 먹고 싶어서요. 그리고 다음 날에 식빵을 버터에 노릇노릇하게 굽고, 그 위에 되직해진 단팥을 한 덩어리 얹은 다음, 버터 한 덩어리를 썰어서 올리고, 플레이크 소금을 살짝 뿌렸습니다. 단짠은 진리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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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텔식 오믈렛
캠핑을 떠나면 자투리 채소가 많이 생깁니다. 이날은 전날 키조개구이를 해먹고 남은 다진 파프리카와 다진 양파, 마늘이 있었어요. 피자치즈는 물론이고요. 아침에 가만히 자투리 채소를 모아둔 볼을 내려다보다가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가면 꼭 주문하는 오믈렛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벨벳처럼 매끄러운 프랑스식 오믈렛은 아직 터득하지 못했지만, 채소를 듬뿍 넣은 치즈 오믈렛 정도는 코팅 프라이팬만 있으면 부칠 수 있거든요!
우선 코팅 프라이팬을 준비합니다. 저는 벨락 코펠에 포함된 팬을 사용해요. 버터를 녹이고 잘게 다진 채소와 햄을 넣어 가볍게 달달 볶습니다. 너무 노릇노릇해지면 바닥에 그을음이 생기니 살짝만 볶아주세요. 달걀을 따로 풀어서 물이나 우유를 살짝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코팅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붓고 가볍게 휘저으면서 바닥의 익은 부분 아래로 달걀물이 계속 들어가게 해주세요. 전체적으로 80% 정도 익었으면 가운데에 치즈를 뿌리고 반으로 접거나 돌돌 말아서 타원형 오믈렛 모양을 만들어주세요. 완성! 저는 케찹을 뿌려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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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토마토 수프와 그릴 치즈 샌드위치
저에게는 집과 사무실, 캠핑카, 이렇게 세 개의 주방이 있는데요. 이 세 곳에 모두 항상 갖추고 있는 식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토마토 통조림입니다. 갑자기 라구나 피자용 토마토소스를 만들고 싶어질 때를 대비해서 떨어지지 않게 해놓지요. 그리고 캠핑에서는 주로 토마토 수프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저는 토마토 수프를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채소를 다양하게 넣은 미네스트로네 스타일과 토마토가 메인인 달콤한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95% 정도는 달콤한 토마토 수프를 선택합니다. 달콤하다고 해서 디저트 수준으로 달콤하지는 않고요, 토마토를 채소가 아니라 과일로 구분하기도 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정도로 신선하고 달콤한 맛이 나게 만들어요.
토마토가 주인공에 달콤함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는 토마토 수프를 만들려면 필요한 것이 많지 않습니다. 우선 잘게 썬 마늘과 양파를 버터에 가볍게 볶아줍니다. 그리고 400ml들이 토마토 통조림을 따서 가위로 토마토를 잘게 자릅니다. 이걸 통째로 냄비에 부어주세요. 그리고 빈 통조림 캔에 생수를 가득 채워서 냄비에 붓습니다(캔에 남은 토마토를 훑어내고 물을 계량하는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만약에 바질이 있으면 넣고 없으면 빼도 됩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양파가 완전히 익고 수프가 살짝 걸쭉해질 때까지 끓여주세요. 소금간이 맞고, 설탕을 생각보다 넉넉히 넣어서 토마토의 신맛과 조화를 이룰 정도가 되면 일단 맛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유나 크림을 살짝 두르면? 부드러운 토마토 크림 수프가 돼요… 스틱 블렌더로 곱게 갈아주면 진짜 좋겠지만 캠핑에서 그러기는 무리고, 저는 그냥 토마토 과육이 달콤하게 씹히는 맛을 즐깁니다.
만약에 토마토 수프를 끓이는 동안 시간 여유가 된다면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가운데에 슬라이스 치즈를 끼운 후 앞뒤로 구운 그릴 치즈 샌드위치를 꼭 만들어보세요. 얘를 삼각형으로 잘라서 토마토 수프에 찍어 먹으면 정말 너무 심각하게 잘 어울리거든요. 토마토(소스)+치즈+빵이잖아요. 성공을 보장하는 피자의 조합이 아니겠습니까? 수프만 먹을 때와 달라요. 정말로! 양손 엄지를 치켜들며!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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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에 감명받는 날이 있는가 하면 창문을 열자마자 잠이 확 깨는 날도 있죠.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감탄한 바로 다음 날 아침,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해 볼까 하며 블라인드를 내렸더니 전날 잘 정리해둔 쓰레기 봉지가 저 꼬라지가 되어있었습니다. 캠핑장에는 돌아다니는 고양님들이 있을 때가 많은데, 만약에 전날 기웃거리는 고양이를 발견하면 간 하지 않고 구운 고기든 물이든 담아서 두고 자곤 합니다. 근데 분명 없었거든요. 근데 일어나니 쓰레기 봉지가 처참한 형태로…! 다 버리고 잘 걸. 물론 깨끗하게 다시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배고프면 밥을 달라고 해줘… 쓰레기는 치우면 되지만 밥은 모르면 못 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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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즐거운 랜선캠핑이 되셨나요? 캠핑은 화창한 아침도, 나른한 오후도, 고즈넉한 저녁도 전부 매력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것을 목표로, 다음 주에도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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