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디저트를 제일 좋아하시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는 초콜릿과 캐러멜, 그리고 시트러스 계열입니다. 순수한 설탕만의 단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마카롱은 제 취향이 아닌데 그래도 초콜릿 마카롱과 캐러멜 마카롱, 레몬이나 유자 마카롱은 좋아하거든요. 만일 저처럼 초콜릿과 오렌지 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좋아할 만한 레시피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캠차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껍질이 천연 틀이어요 숯불 오렌지 브라우니
오렌지 껍질을 틀로 사용하는 브라우니는 캠핑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만들고 싶던 음식이었는데, 그동안은 숯불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는 데에 매진하느라 바빴습니다. 고구마를 태워본 분이라면 이해하실텐데, 보통 숯불이나 장작불을 피우면 고구마를 호일에 싸서 묻어두잖아요. 성격이 급해서 불이 활활 탈 때 고구마를 넣거나 성격이 너무 느긋해서 세월아 네월아 숯불에 묻어두면 그 단단한 고구마도 아주 새까맣고 가벼운 숯이 되고 맙니다. 지금도 가끔 이렇게 딱딱한 고구마가 잠깐 사이에 그렇게 타버린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군고구마라는 야식을 잃고 솜사탕을 물에 씻은 너구리처럼 호일을 만지작거리는 사람, 그게 바로 저예요.
아무튼, 이제 캠핑을 시작한 지 2년에 접어드는 지금은 그래도 불이라는 존재에 익숙해졌어요. 그래서 비로소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바로 숯불 오렌지 브라우니입니다!
잔불에 항상 고구마와 감자만 구웠다면? 장작불을 피웠다면 디저트는 마시멜로우와 스모어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 사실 불을 피웠다면 여기다 뭐든 구워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죠. 부탄가스나 이소가스처럼 끄면 사라지는 연료가 아니라 불꽃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 후에도 한동안 잔열을 품고 있는 것이 숯불과 장작불이거든요.
마을에서 공동 오븐을 운영하던 시절에도 이런 화덕 오븐의 온도가 낮아지는 동안 그 불을 이용해서 플랫브레드를 굽고 채소를 익히곤 했습니다. 화덕이 아니더라도 이런 장작불을 오븐처럼 이용할 수 있어요. 그렇게 안정적으로 사방에 열이 가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기를 가둬두는 환경을 만들어서 오븐처럼 쓰는 일은 왕왕 있습니다. 가장 흔한 선택지는 더치 오븐으로, 보통 르크루제 냄비나 스타우브 냄비라고 하면 떠올리는 묵직한 뚜껑 달린 주물 냄비예요. 그걸 올려두면 내부가 오븐처럼 뜨거워지거든요. 바비큐 기계 자체가 뚜껑을 닫아서 훈제기처럼 쓸 수 있는 구조일 경우도 있고, 아예 사각 상자처럼 조립해서 쓰는 ‘캠핑용 오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구가 없더라도 아주아주 흔한 재료로 캠핑 베이킹을 할 수 있어요. 그때 쓰는 것이 바로 오렌지 껍질입니다. 오렌지의 윗부분을 3분의 1 정도 가로로 잘라내고 과육을 파낸 다음 그 안쪽에 반죽을 담아서 굽는 거예요. 공간이 충분하고 두께도 상당하고, 촉촉한 환경과 향기까지 더해주는 천연 베이킹 틀이죠! 과육을 조심조심 빼내는 부분이 조금 어려운 정도랄까요? 가져갔는데 베이킹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먹으면 그만이니 부담도 없고요.
그리고 원래 초콜릿과 오렌지는 어울리는 재료입니다. 오렌지 껍질을 달콤하게 절여서 초콜릿을 입힌 오랑제트는 정말… 저를 제일 행복하게 하는 디저트 탑 3에 들 수 있어요. 만약에 여유가 있다면 브라우니 반죽에 오렌지 즙과 오렌지 껍질을 곱게 깎은 제스트를 같이 넣어도 잘 어울릴 거예요. 여기서는 최대한 쉽게 만들기 위해서 그 부분은 생략한 레시피입니다.
아래의 레시피 말고 원래 사용하는 브라우니 레시피를 쓰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많이 익히지 않는 거예요. 푹 익어서 골판지 같은 맛이 나는 초콜릿 케이크보다는 속이 덜 익어서 녹아내리는 초콜릿 라바 케이크를 먹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렇다면 잔열이라 하더라도 오래 익히지 않는 것이 좋겠죠? 김이 빠져나오는 상태를 봐서 살살 돌려가며 15분~20분 정도만 익혀주세요.
사실 매번 피우는 불의 상태와 기온, 오렌지의 크기에 따라 상태가 다 달라지기는 해요. 하지만 장작불과 숯불을 피우는 분이라면 그 모든 것에 적응하는 것이 캠퍼의 자질이라는 걸 알고 계시겠죠. 배부르게 식사를 끝낸 이후 불멍과 함께 따끈한 오렌지 브라우니에 숟가락을 쏙 집어 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시멜로우를 올리고 토치로 살짝 지져서 단맛을 두 배로 늘리는 것도 좋겠죠. 아이스크림을 한 덩이 올릴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이번 오렌지 브라우니 레시피는 지난 주 경향신문의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 칼럼에 실린 내용입니다:) 뉴스레터와는 또 다른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니 칼럼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재료 오렌지 4개, 베이킹용 초콜릿 60g, 버터 60g, 우유 5큰술, 달걀 2개, 설탕 8큰술, 박력분 6큰술, 무가당 코코아 파우더 3큰술, 베이킹 파우더 1/2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오렌지는 잘 씻어서 윗부분을 1/4 정도 잘라낸 다음 과육을 조심스럽게 제거해 그릇 모양으로 만든다. 2. 잘게 썬 초콜릿과 버터, 우유를 그릇에 넣고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30초씩 돌려 완전히 녹인다. 3. 한 김 식힌 후 달걀을 하나씩 넣으면서 재빠르게 잘 섞는다. 4. 나머지 재료를 전부 넣고 잘 섞는다. 5. 오렌지에 반죽을 채우고 위쪽 오렌지를 덮어서 알루미늄 포일에 이중으로 싼다. 6. 정점이 지난 숯불에 올리고 상태를 보면서 15~20분 정도 익힌다. 너무 익거나 타는 것보다는 덜 익어서 부드러운 것이 좋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오늘 저는 우체국에서 카톡을 받았습니다. 배민 마라톤 용품이 도착했대요. 다음 주 일요일이면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우고 들고 뛰는 것이 목적인 배민 장보기 마라톤에서 뭔가를 이고지고 달리고 있을 것 같아요. 참여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신기할 것 같네요! 꼭 알려주세요 ㅎㅎ 슬슬 따스한 초여름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옵니다. 감사합니다~!